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대우조선해양이 지난주 금요일 오후 4시 50분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이었던 조 변호사에게 조선업이나 구조조정의 전문성은 전혀 없다. 지난해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특조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데 대한 ‘보은 인사’로 보인다. 여론이 악화되자 어제 ‘조 변호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으나 이대로 덮을 수 없는 문제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 대통령은 관피아 척결을 국민 앞에 다짐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 약속을 상기시키며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로 경영위기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는 없다면서도 검증을 거치므로 정치인이라고 기회를 차단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관피아는 안 되고 정피아는 된다는 말인지 알 수 없지만 조 변호사도 검증을 거쳤다면 그런 검증은 하나 마나다. 공공기관도 모자라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까지 낙하산을 투하하다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된 구조조정마저 실패할 공산이 크다.
특히 대우조선은 지난해 말 부채가 18조6000억 원, 부채비율이 무려 7308%인 부실공룡이다. 수년간 5조 원 이상의 적자를 감출 수 있었던 데는 대주주(KDB산업은행)의 전횡을 막지 못한 낙하산 사외이사들 책임도 컸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대우조선이 산업은행 자회사가 된 2000년 이후 사외이사 30명 중 18명(60%)을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2013년 대통령 방미 때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도 그중 하나다. 공적자금 수혈을 앞둔 대우조선에 또 정피아를 넣는 것은 세금 도적질과 다름이 없다.
올해 말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80개가 넘는다. 공공기관도 모자라 국책은행이 대주주인 기업에도 전문성 없는 정피아를 내려 꽂는다면, 종국에는 인사가 경제까지 망쳤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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