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찔한 사고에도 勞使 탓하는 대한항공 불안해 타겠나

  • 동아일보

27일 일본 하네다공항을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항공기의 왼쪽 엔진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319명이 비상 탈출한 사고는 떠올릴수록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항공기는 활주로를 600m 정도 달리면서 속도를 올리던 중 엔진에서 불꽃과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해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700m를 더 달린 뒤 가까스로 멈췄다. 만약 항공기가 이륙결정 속도를 넘어섰다면 정지하려다 활주로를 이탈하는 대형 사고로 번질 뻔했다. 이륙한 뒤 불이 났다면 끔찍한 참사로 이어졌을지 모른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초기 조사 결과 문제의 엔진 뒤에서 회전 날개 수십 개가 파손된 것을 확인했다. 엔진에서 조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사고 원인은 정비 부실, 엔진 결함 등 여러 가지로 추측된다. 정확한 원인은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 해독과 사고 엔진을 분석한 뒤에나 나올 것이다.

최근 2년간 대한항공 항공기는 엔진 결함으로 5차례나 이륙 중단 또는 불시착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대한항공 정비예산이 2012년 9427억 원에서 2014년 8334억 원으로 1100억 원 가까이 줄었고 운항 횟수당 정비 시간도 같은 기간 8.3% 감소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고가 사내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인식해야 한다. 조종사 노조는 2월부터 쟁의에 돌입해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 홈페이지에는 ‘하늘이 내리는 마지막 경고’라고 회사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고를 빌미로 회사에 손가락질하는 모습이 걱정스럽다. 회사는 원인 규명이 먼저라는 말뿐이다.

마침 사고가 난 27일은 일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폐막한 날이다. 주요국 정상들 앞에서 대형 참사라도 났다면 얼굴을 못들 뻔했다. 항공사 경영은 이윤만 생각해도 되는 단순한 기업 경영의 차원을 넘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항공#사고#엔진#불시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