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75)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24일 경찰에 입건되면서 우리 사회 지도층의 ‘비도덕적 성윤리 의식’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지위를 악용한 성범죄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함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 경찰 범죄통계에 따르면 피고용자를 대상으로 한 ‘권력형 성범죄’는 2010년 140건에서 2014년 283건으로 최근 4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뚤어진 성윤리 의식으로 지탄받은 지도층의 대표 격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77)이다. 박 전 의장은 입법부인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2014년 9월 강원도 내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경기진행요원(캐디)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 전 의장은 “부끄러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모범을 보여야 할 전직 국회의장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명령을 내렸다.
성범죄 사건은 엄중하게 법의 잣대를 대야 할 법조인에게서도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제주시 이모2동 모 음식점 앞에서 술에 취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3)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해 경찰에 붙잡혔다. 김 전 지검장 측 변호사는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검찰은 11월 병원 치료를 전제로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8월에는 재경지검의 윤모 부장검사가 회식자리에서 후배 여검사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해 검찰총장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스승이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은 수두룩하다. 강석진 서울대 수학과 교수(55)는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여학생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2008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총 9명의 여대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한편, 2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3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20대 후반 여성 종업원 A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경찰은 “손 명예회장이 특정 부위를 만졌다”는 A 씨의 주장을 근거로 카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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