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이어 유류보조금 찔러보기
환경부 “화물차 지원 줄여야 효과”… 기재부 “간단히 건드릴 사안 아니다”
영세업자 눈치 보며 조심스레 거론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 부처 간에 본격적인 협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유류보조금 축소와 경유 가격 인상 문제 등 에너지 세제 개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1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관계자 간에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보조금 인상과 화물차에 대한 유류보조금 축소 문제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논의 과정에서 화물차에 지급하는 유류보조금을 축소하자는 논의도 오갔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앞서 경유값 인상과 화력발전소 규제 방안을 거론한 데 이어 화물차에 대한 규제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참에 미세먼지 대책은 ‘공짜가 아니라 적정한 비용’이 수반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곁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부정수급 문제가 수시로 불거지는 유류보조금 문제를 검토하는 대신 영세 화물차 업주에 대해서는 다른 형식으로 지원을 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유류보조금은 운송업자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세로 기름값 인상분의 일부를 보조해 주는 제도이다. 경유 1L당 약 345원을 지원하는데 총지원금 규모는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화물차의 경우 기름값이 인상되더라도 오른 만큼 유류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에서 검토 중인 경유값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도 전체 경유차의 절반에 육박하는 화물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기재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CNG 버스 보조금을 신설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은 있지만 보조금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또 “유류보조금은 화물운전기사 복지 처우 개선을 위해 국토부와 화물운수사업자 측이 결정할 일이지 우리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유류보조금은 미세먼지 대책용으로 그렇게 간단하게 건드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환경당국은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 대책을 세우지 않고 손놓고 있기엔 대기오염 악화 요인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대형 화물차는 자동차로 인해 발생되는 미세먼지의 68%를 내뿜는다. 경유차가 수도권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데 이 중에서도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큰 것이다. 연간 뿜어내는 질소산화물도 화물차(23만2970t)가 버스(3만6062t)의 6.4배 수준이다. 또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가 마모될 때에도 중금속이 포함된 상당량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전국을 누비는 화물차는 321만 대에 이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영세사업자에게 부담이 된다면 대형 업종에 속한 차량만이라도 규제하는 방안도 있지만 업계 반발이 심해 쉽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액화석유가스(LPG) 택시에서 경유 택시로 전환할 때 주기로 했던 유류보조금 혜택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유 택시로 전환하는 실제 사례도 없어 정책 실효성 자체가 의문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달 말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는 환경부는 “강한 저항 때문에 에너지 세제 개편은 어느 하나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에너지 정책과 환경 문제가 직결된다는 점은 이참에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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