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인 경유차와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낮추기 위해 경유값과 전기료 인상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하자 대뜸 꺼내든 대책이다. 환경부는 17일 기획재정부와 경유값 인상을 위한 고위 당국자 간 논의를 진행했다. 발전업계에는 전기료 인상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서민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하면서도 유류 보조금 축소를 저울질하고 있다.
수도권 미세먼지 악화는 정부의 널뛰기 정책이 빚은 예견된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부는 2005년 경유 승용차 판매에 동의하면서도 휘발유차보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내뿜는 경유차 급증을 억제하겠다며 경유값 단계적 인상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경유차 비중은 2005년 37%에서 최근 42%까지 늘어났다. 정부가 ‘경유=클린디젤’ ‘경유차=저공해 차’라며 환경개선부담금을 줄여주고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등 사실상 경유차 구매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2005년 휘발유값 100을 기준으로 70이던 경유값이 현재 80인데도 이 정도인데 경유값을 휘발유 수준으로 높인다고 레저붐을 탄 레저차량(RV) 수요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반면 경유값과 전기료를 인상하면 화물업계와 자동차업계,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클린디젤’이 작년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으로 미세먼지의 원흉임이 드러났는데도 환경부가 손쉬운 경유값 인상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보기 딱하다. 환경부는 1차 대기관리 기본계획(2005∼2014년)의 예산 3조814억 원 중 94%인 2조8971억 원을 자동차 관리에 쏟아부었지만 미세먼지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 2차 계획(2015∼2024년)에서도 경유차의 조기 폐차 같은 효과적 정책에 집중하기는커녕 배출가스저감장치(DPF) 부착 차량을 관리하는 종합전산시스템도 엉터리로 구축된 상태다.
환경부는 전기·태양광·하이브리드·연료전지차·천연가스자동차와 함께 클린디젤 자동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부터 고쳐야한다. 대기관리 기본계획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업계 눈치만 보면서 구태의연한 미세먼지 대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유값 인상에나 매달리는 것은 무능한 부처임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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