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생애주기별 가족학교 운영
결혼-육아-요리 등 무료 강좌… 15개구서 내년 20개구로 확대
“아비야, 내가 급하게 200만 원이 필요한데 지금 부쳐줄 수 있니? 선영이(딸)에게는 얘기하지 말고.”
지난달 30일 서울 금천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강의실. ‘예비부부교실’ 강사 신승환 씨가 ‘장모님’으로 변신해 수강생 김지영 씨(32)에게 물었다. 마치 실제 상황처럼 김 씨가 “아내와 상의해야 된다”고 했지만 급하다며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장모님 앞에서 김 씨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강사로 돌아온 신 씨는 “막상 겪어 보니 거절하기 힘들죠?”라며 웃었다.
신 씨는 이어 “부부가 재정을 합치기로 결정했다면 용돈 이외의 비용은 모두 합의해서 지출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용돈 안에서의 지출은 서로 관여하지 않기로 하고요. 이런 원칙을 지키면 갈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11쌍은 신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토요일인 이날 예비부부들은 마지막 강좌인 ‘결혼 설계와 재무관리’를 듣고 있었다. 오전에는 3강 ‘결혼의 의미’를 이미 수강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반나절 동안 진지하게 ‘결혼’을 고민했다. 행복한 결혼의 요건이 ‘현실 인식’인지, ‘긍정적 태도’인지 토론하고, 평균 비용 1억5000만 원으로 실제로 결혼이 가능한지 직접 시뮬레이션도 했다.
임영지 씨(29·여)와 정병우 씨(33)는 강의 시작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신청했다. 임 씨는 “강의가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데 운 좋게 수강 기회를 잡았다”며 기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자치구별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생애주기별 가족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비부부를 위한 결혼교실, 학부모에게는 아동학대 예방법과 자존감 높이는 양육법 등을 알려주는 부모교실을 연다. 아버지를 위한 ‘자기 돌봄’ ‘코치형 아버지 되기’ 등을 교육하는 ‘찾아가는 아버지교실’도 있다. 자녀와 함께 동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요리하는 ‘패밀리 셰프 교실’은 가장 인기가 많다.
김명주 서울시 가족담당관은 “가족학교는 어쩌다 부부가 되거나 아이를 낳아 겪는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가족학교는 현재 15개 자치구 건강가정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내년엔 20개 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02-318-0227, family.seoul.go.kr)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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