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연한이 짧은 데다 전문성을 키우는 데 집중하느라 교양 교육에 소홀했던 전문대들이 인성과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는 학기를 조정하고 특정 시간에 교양 수업만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교양 교육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11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문대 대부분은 졸업에 필수적인 80학점(2년제 기준) 가운데 10∼20%인 8∼16학점의 교양 수업을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기초직업능력, 학교 이념 등과 관련된 대학 지정 교양필수 과목이어서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교양 과목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비교과 과정이나 몰입형 교육방식 등으로 인성, 인문학 관련 교양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육보건대는 교양특별학기제를 도입했다. 보통 3월 초에 하는 입학을 일주일 앞당기고 정규학기 시작을 1주일 미루는 방식으로 2주를 확보해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2주간의 ‘비전(vision) 세움 학기’를 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신입생들은 진로설계, 대인관계, 인성 등과 관련된 교육을 받는다.
경인여대는 ‘블럭강의제’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교양 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7시 대학 전체에서 교양 강의만 개설하도록 해 학생들이 이 시간에는 교양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 인성, 인문학, 미술, 영화, 연극, 스포츠 등 다양한 강의가 개설되고 있다. 비교과 과정이나 단기간의 몰입형 교육은 일부 학생에게는 효과적이지만 전체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했다.
백석문화대도 2014년부터 블록강의제를 도입해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두 시간은 수업 대신 ‘서비스 인성 사관학교’와 ‘백석 다빈치 아카데미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학생들에게는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김포대는 김포시와 협력해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지역사회와 관련된 인문 교양과목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비정규 교과목을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양영근 대림대 교수는 “최근 사회와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전공 지식뿐만 아니라 인성을 갖춘 인재이기 때문에 전문대에서도 충실한 교양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혜영 경인여대 교양교육센터장은 “교양 교육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양 수업을 전공의 부수적인 개념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전문대에서도 철학, 인문학, 인성과 관련된 다양한 교양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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