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는 2년 전 세월호 침몰 사고 뒤 관피아 척결과 무사안일, 부처 이기주의에 빠진 공직사회의 대대적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조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삼성 출신의 이근면 처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7급 공무원시험 응시생 송모 씨의 정부서울청사 침입 사건에서 공직자, 특히 인사혁신처 공무원들이 잘못을 감추려고 한 행동을 보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30일 송 씨의 외부 침입 사실을 알고도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고 송 씨가 채용관리과 출입문 잠금장치(도어록) 옆에 적힌 비밀번호대로 찍고 문을 여는 것을 확인했으나 경찰에 알리지도 않았다. 경찰은 내부 조력자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잠금장치 옆에 써 있던 비밀번호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말끔히 지워졌다. 인사혁신처는 “행정자치부의 지시로 청소도우미들이 비밀번호를 지웠다”고 주장하고 행자부는 인사혁신처가 책임을 떠넘긴다며 반발한다. 그러고도 사고를 신속하게 파악해 자발적으로 신고했다고 둘러대는 대목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 부처 엘리트 공무원들이라고 믿기 어려운 작태다.
작년 9월 이 처장은 취임 1년을 맞아 “공무원들의 변화와 봉사가 적절히 조화되도록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초에는 “지난 1년간 4개 법률을 6회, 16개 대통령령을 23회 개정하여 공직사회를 혁신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 국민이 목격한 공무원들 모습은 무책임과 무사안일, 부처 이기주의의 전형이다.
테러방지법이 제정돼도 공직자부터 보안의식이 부족하면 안전은 지킬 수 없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옛말처럼, 법과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도 일선 공무원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공직기강과 의식까지 바꿔내지 못하면 인사혁신처는 ‘혁신처’라는 간판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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