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앞둔 피고인, 담당 판사 취미 알아내 ‘우표책’ 선물했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2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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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성수 판사의 사무실에 ‘수상한 소포’ 한 상자가 도착했다. 우체국 택배로 온 상자 겉면에는 발송자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었지만 김 판사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참 만에 알아낸 발송자의 정체는 김 판사가 맡은 사건의 피고인 A 씨(61). 그는 지역 축협 임원 선거과정에서 불법 기부행위를 한 혐의(농협협동조합법 위반)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수상한 낌새를 챈 김 판사는 공개재판에서 정식 증거접수 절차를 밟을 생각으로 포장을 뜯지 않은 채 기일을 기다렸다.

7일 열린 첫 재판, 검사와 변호인이 입회한 가운데 상자가 개봉되자 피고인석에 앉은 A 씨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상자 안에는 A 씨의 자작수필집 1권과 우표책 4권, 억울하다는 취지의 편지 1장이 동봉돼있었다.

김 판사는 A 씨에게 “혹시 인터넷으로 내 취미를 알아보고 우표책을 보낸 것이냐”고 추궁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법조인들의 신상을 수록해놓은 법조인 대관에는 김 판사의 취미가 ‘우표 수집’으로 적혀있었다. 변호인은 전혀 예상 못했다는 표정으로 “사건과 상관없는 자료”라고 둘러댔다. 인천지법은 A 씨의 행동이 형사재판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A 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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