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진경준에 주식 판 사람은 前넥슨 美법인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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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에게 2005년 당시 넥슨 비상장 주식을 판 인물은 전직 넥슨USA 법인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넥슨 주식 취득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면서 주식을 판매한 사람으로 언급한 ‘이민자’의 신원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6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진 본부장에게 주식을 팔았던 이모 전 넥슨USA 법인장은 2005년 당시 미국에 이민을 가 있는 상태에서 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던 박모 씨(49)에게 넥슨 주식을 처분할 뜻을 밝혔다. 이 전 법인장은 1990년대 넥슨 초창기 시절부터 근무해온 인물로, 자신의 재산 일부를 넥슨에 투자해 제법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전 법인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넥슨USA 법인장을 지내다 퇴직 후인 2005년 미국에 거주하는 상태에서 주식을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당시까지만 해도 김정주 대표는 넥슨 주식을 내부 직원끼리만 거래하도록 하고 외부 유출을 철저히 막았기에, 퇴직한 주요 주주가 주식을 팔았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넥슨 상장 논의가 언론에 처음 공개된 2005년 10월 이전까지 김 대표는 외부인이 넥슨 주식을 구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는데도 넥슨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진 본부장 등 3명에게 주식을 넘긴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넥슨의 창업 일대기를 다룬 책 ‘플레이’에는 김 대표가 2000년 말 대한투자신탁으로부터 “지분 5%만 넘기면 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심히 고민하다가 계약 당일 이를 거절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김 대표는 대한투자신탁의 조건이 워낙 좋아 마음이 크게 흔들렸는데, 계약 전날 홍익대 부근에서 밤늦게까지 있다가 부인의 전화를 받고 급히 귀가하는 과정에서 주차장 체인에 발이 걸려 넘어져 안면 부위를 크게 다쳤다. 그는 자신의 부상이 ‘투자를 받지 말라는 신의 계시’라며 계약 당일 사인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가 외부인에게 지분을 넘겨주면 경영에 간섭을 받을 거라 걱정해 지분 이전을 전제로 한 투자를 꺼렸다는 것이다.

넥슨 직원들은 2000년대 초반 경쟁 게임업체들이 잇따라 상장하는데도 정작 넥슨이 상장하지 않는 것에 큰 불만을 가져왔다. 이에 김 대표가 2001년 1월 전 직원에게 “매출 3000억 원이 넘어야 상장할 수 있다”는 e메일을 보냈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진 못했다. 넥슨 핵심 개발 인력들은 2004년 하반기 정상원 당시 넥슨 대표가 상장하지 않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사표를 내고 나가자 2004년 말∼2005년 초 대거 주식을 팔고 회사를 나왔다.

진 본부장 등이 넥슨 주식을 산 것은 직원들의 퇴사가 잇따랐던 2005년 상반기다. 그런데도 당시 평검사였던 진 본부장이 4억여 원을 들여 넥슨 주식을 샀던 데는 김 대표로부터 상장에 대한 ‘모종의 정보’를 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줄곧 비상장 방침을 주장하던 김 대표는 2005년 10월에야 언론에 처음으로 넥슨의 일본 상장 가능성에 대해 밝혔다. 이후 넥슨은 2006년 매출 2449억 원을 기록한 뒤 2007년엔 3000억 원, 2008년엔 4000억 원, 2009년엔 7000억 원을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2011년 12월 일본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8조 원이 넘는 기업이 됐다.

한편 넥슨재팬 상장 기록에 따르면 진 본부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 박 씨와 똑같은 수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돼 공동구매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이모 씨는 주식량만 같을 뿐 이들과 무관한 인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넥슨 직원의 부인으로, 주식 구입 시기가 진 본부장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법인장이 박 씨를 통해 주식을 판 대상은 박 씨와 진 본부장, 김상헌 대표 등 3명으로, 넥슨 주식 3만 주를 각각 1만 주씩 판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
#진경준#넥슨#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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