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부모엔 정부가 나서 친권제한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학대 근절대책, 이번엔 제대로 될까

지난해 말 인천의 ‘16kg 소녀 학대’ 이후 연이어 수면 위로 드러난 주요 학대 사건 모두 부모가 저질렀다. 이처럼 학대 사건의 79.8%(2015년 기준)가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는 사실 때문에 29일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 핵심대책으로 ‘부모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초중고교 및 대학, 이후 결혼과 임신 및 출산, 그리고 자녀의 영유아기 및 학령기 등 생애주기별로 부모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교육부는 “초중고교의 정규 교육과정에 가족의 가치와 부모가 되는 것의 의미, 임신 및 출산, 육아 과정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교사가 아동학대의 의미와 방지책을 강조해 가르치게 하겠다”며 “필요하면 보충교재도 만들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학기부터 바로 상담 주간 등을 활용해 아동 및 청소년 자녀의 발달 특성 및 갈등 해결 방안 등을 학부모에게 교육할 계획이다.

○ 취약가정 부모 교육 및 신고 처벌 강화

특히 취약가정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계모로부터 찬물과 표백제 세례를 받은 후 화장실에 방치되다 목숨을 잃은 신원영 군이나 목사인 아버지에게 맞아 숨진 경기 부천의 여중생 사건 등에서 보듯 가정불화 및 가족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한부모, 조손, 이혼, 재혼 등 가정의 특성을 반영한 부모교육 교재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기존의 지원책과 연계한 종합 상담 서비스를 올해 시작할 계획이다.

또 국가 필수 예방접종 및 진료기록, 양육수당 등 정부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아동 연령과 특성별로 위기 아동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아동행복지원시스템’도 2017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 인력 지원도 확충된다. 김상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올해 하반기 아동보호전문기관 2, 3개소 신설 및 관련 전문인력 100여 명 확충을 목표로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 피해 아동 보호 지원책 다양화

학대 피해 아동 보호와 지원도 강화된다. 특히 중증일 때는 대형병원에 ‘학대아동보호팀’을 구성해 전문 의료 및 심리 치료를 지원한다. 가정 복귀가 어려운 아동을 위해선 민간의 자발적인 가정위탁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영미권 국가처럼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이들을 1, 2년 위탁가정에 맡겨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면서 사회성과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가정에 복귀한 아동이 다시 학대당하지 않도록 사후관리는 물론이고 해당 가정의 소득과 취업, 건강, 돌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종합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교육 강화라는 큰 방향은 옳지만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고선주 공동대표는 “임신 후 아이사랑카드를 지급할 때와 양육수당을 줄 때, 어린이집을 보낼 때 등 결혼 후 육아 과정에서 부모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작 아동학대 우려가 높은 가정은 부모교육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에 나오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서 참여하게 유도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숙 법무법인 나우리 대표 변호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의 위반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고 의무 위반 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육아기 부모교육 의무화, 예산 확충”

무엇보다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학대 의심 아동의 조기 발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전문 상담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100여 명 인원을 확충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결국 적정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예비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며 “아동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조속히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출생 후 건강검진 기록 등이 없어 학대를 받는 게 아닌지 의심돼 복지부가 실태조사에 나섰던 4∼6세 아동 810명 중 대부분이 복수국적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 신고된 아동 11명 중 7명은 해외에서 안전하게 체류 중이지만 4명은 소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아동권리과 관계자는 “경찰이 소재 불명인 아동 4명을 조사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점검 결과를 취합해 곧바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이지은 smiley@donga.com·유근형 기자
#학대#부모#정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