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손찌검에 시달린 탈북여성, 경찰도움으로 새삶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17시 18분


코멘트
“낯선 나라에서 자살까지 생각했던 저의 손을 잡아준 분은 경찰이었습니다.”

북한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 1998년 1월 한국 땅을 밟은 탈북민 김복순 씨(44·여·가명)는 전 남편의 손찌검에 시달리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가정폭력에서 벗어났다.

24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탈북 중 중국에서 만난 중국동포 장권삼 씨(46·가명)와 결혼해 두 딸을 낳았다. 김 씨가 먼저 한국에 들어온 뒤 중국에 있는 남편과 딸들을 초청해 서울에 안착했다.

하지만 남편 장 씨의 가정폭력으로 행복한 가정은 물거품이 됐다. 김 씨는 2008년 남편과 이혼했지만 장 씨는 김 씨를 찾아와 “딸을 만나겠다”며 주먹을 휘두르며 행패를 부렸다. 장 씨의 폭력에 김 씨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안면마비 증상과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를 참지 못한 두 딸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김 씨에게 새 삶이 찾아왔다. 올해 초 경찰은 김 씨에게 강서구의 한 호텔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줬다. 김 씨는 이곳에서 지내며 장 씨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었다. 또 가정폭력 상담소 도움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며 안정을 취했다.

경찰은 장 씨가 김 씨에게 아예 접근하지 못하도록 김 씨가 지난달 11일 서울남부지법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경찰 덕분에 그는 강서구청 복지지원과를 통해 긴급복지지원을 받았고 지역 한의원에서 진료도 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없어 혼자 참아왔었다. 결국 안면마비가 왔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경찰의 따뜻한 손길에 용기를 갖게 됐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전 남편에게 보복성 폭행을 당할까 봐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지만 신고 후 신변보호경찰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김 씨가 희망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