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국제설계공모 무기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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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정부 심사결과 보고 추진”

당초 이달 실시될 예정이던 서울시립교향악단 전용 콘서트홀 국제 설계공모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세종문화회관 옆에 들어설 서울시향 콘서트홀은 세종로공원 폐쇄와 교통난 우려 때문에 초기부터 반대 여론이 거셌다. 향후 추진 상황에 따라 사업 백지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향 콘서트홀 국제 설계공모를 무기한 연기했다”며 “당초 정부의 중앙투자심사와 별개로 설계공모를 진행하려 했지만 계획을 바꿔 심사 후 공모를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공모 연기의 이유는 콘서트홀 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투자심사 전 공모를 해도 절차에 문제는 없지만 아직 반대 의견이 많은 만큼 심사 결과를 보고 사업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만약 상반기에 진행될 정부의 투자심사 결과가 보류 또는 재검토로 나올 경우 연내 설계공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다.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추진을 강행한 배경에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콘서트홀 건립을 검토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정 전 감독이 재계약 조건으로 콘서트홀 건립을 내걸면서 분위기가 ‘신속 추진’으로 바뀌었다. 정 전 감독은 당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 등 필요한 것을 받아내지 못하면 재계약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90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와 부지 적정성이 도마에 올랐고 지난해 서울시 투자심사위원회조차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이 없고 해당 부지를 문화시설로 변경하는 도시계획시설 변경안이 확정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이번에 설계공모가 연기되면서 서울시가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정부의 투자심사 통과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지난해 5월과 12월에 “정부청사의 조망권이 침해되고 주변 교통체증이 우려된다”며 부지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시민들의 여론도 좋지 않다. 서울시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클래식 콘서트홀 여론조사에 따르면 23일 현재 ‘세종로공원이 콘서트홀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43%로 ‘적합하다’(39%)를 웃돈다. 교통 혼잡 탓이다.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와 한국문인협회 등도 세종로의 역사성을 보전해야 한다며 콘서트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투자심사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는 “여론과 사업계획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투자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세종로공원 외에 마땅한 부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막대한 재정을 지금 이 시점에 콘서트홀 건립에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의견도 있는 만큼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서울시향#콘서트홀#설계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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