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실시했던 비자발급 수수료 면제 결정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29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의 비자 업무 담당자들이 줄줄이 문책성 좌천을 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중국 등 5개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발급 수수료(1인당 15달러·약 1만8600 원) 면제를 1년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지난해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중국 관광객(유커)이 급격히 줄면서 같은 해 7월부터 시행해 온 면제 조치를 ‘2016 한국방문의 해’에 연장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면제 결정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다.
문제는 이 수수료가 재외공관 비자발급 계약직 직원의 인건비로 활용돼 왔다는 점이다. 수수료 면제가 연장되면 인건비가 줄어들어 그 만큼 해당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대상자는 120명(중국 93명, 동남아 27명)에 달한다. 비자업무를 담당하는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은 청와대와 법무부 등에 공문을 보내 “(인건비 부족으로) 심사인력을 갑자기 줄이면 향후 비자발급이 더 어려워져 장기적으로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문제가 있다.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재외동포영사국 국장과 심의관, 담당과장을 강도 높게 조사했다. 이유는 ‘공직기강 위반’.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번복하도록 하급 기관이 요청한 것이 항명이라고 청와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는 대상자들에게 좌천성 전보 인사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부의 문제 제기 이후 정부는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 계약직 심사인력 채용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문제제기가 없었더라면 대규모 인력 해고가 불가피해 ‘비자 대란’이 벌어졌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조치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으며 외교부 당사자는 “할 말이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