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꼭 기억해야” 뜨거운 반응… 시민 7만명 제작비 절반 12억 모금
관객들 요구에 상영관도 늘어나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한국 영화 ‘귀향’(사진)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60억 원)의 절반도 안 되는 25억 원으로 제작된 영화가 흥행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과 ‘주토피아’가 각각 2위와 3위였고, 개봉 4주 차인 ‘검사외전’이 4위였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24일 15만4728명을 모아 1위에 올랐다. ‘귀향’의 제작사는 25일 “예매율이 27%로 1위이고 좌석점유율도 42.5%로 높아 향후 흥행 전망도 밝다”고 밝혔다. 영화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첫 일본군 위안부 증언이 나온 직후를 배경으로 위안부 피해자인 영옥(손숙)의 회상과 치유를 담았다.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영화를 본 유은서 양(14)은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아픈 과거를 왜 자꾸 떠올릴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나 같아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가 다 끝났는데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영화는 처음이었다”, “이 영화가 세계에 알려졌으면 좋겠다” 등의 누리꾼 반응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귀향’이 ‘소리굽쇠’(2015년) ‘마지막 위안부’(2014년) 등 위안부를 다룬 이전 영화에 비해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갖춰 흥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치유의 메시지를 담아 관객의 ‘역사적 부채감’을 해소해 주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귀향’은 작은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스크린 512개로 개봉했다. 이 역시 관객이 이끌어 낸 결과다. 한 극장 체인 관계자는 “개봉 전부터 ‘귀향’의 예매율이 상위권에 오르고 관련 댓글이 쏟아지는 등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던 점을 감안해 더 많은 스크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2002년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뒤 작품을 구상했다. 2014년 10월 촬영을 시작했지만 제작비가 부족해 촬영이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다가 맛보기 영상이 공개된 뒤 시민 7만5270명이 제작비의 절반인 약 12억 원을 모아 줬다. 재일동포 연기자를 비롯해 배우 대부분도 출연료 없이 참여했다. 조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조차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 영화가 문화적 증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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