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만 훔친 도둑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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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인기 페이지, 최대 수백만원 거래… 계정 빼앗아 2000만원 챙긴 3명 입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만을 골라 해킹으로 계정을 훔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해킹 프로그램은 고교생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페이지 관리자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계정을 탈취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로 김모 씨(22)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인 계정과 달리 기업, 연예인들의 홍보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좋아요’ 수에 비례해 홍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그 수가 많은 페이지는 인터넷상에서 최대 수백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통상 가격은 좋아요 1개당 10원 안팎이며 10만 개 이상이면 웃돈이 붙기도 한다.

국내법상 이런 거래는 불법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해킹으로 타인의 계정을 훔쳤기 때문에 경찰에 걸렸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동갑내기 친구 백모, 정모 씨와 함께 2014년 7월부터 11월까지 페이지 관리자 62명의 계정을 해킹할 목적으로 악성코드를 숨긴 메일을 75차례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 등은 ‘좋아요’가 많은 페이지를 물색한 뒤 관리자에게 광고 의뢰를 가장한 메일을 보내면서 첨부파일에 악성코드를 몰래 심는 수법으로 관리자 계정과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페이지 관리자를 몰래 바꿨다. 이런 수법으로 훔친 페이지 가운데 확인된 것만 2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페이지 한 개당 최대 360만 원에 팔아 총 2000여만 원을 챙겼다.

경찰은 또 김 씨 등에게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한 고교생 이모 군(18)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군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김 씨를 포함한 49명에게 악성코드와 해킹 프로그램 등을 팔아 약 700만 원을 챙겼다. 독학으로 해킹 기술을 익힌 이 군은 지난해 해킹보안전문가 3급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김희수 팀장은 “페이스북 서버가 국내법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 협조가 불가능하다”며 “김 씨 등은 범행이 적발되더라도 수사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sns#페이스북#해킹#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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