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발생한 제주공항 관제시설의 통신 마비와 관련해 정부가 원인 규명을 위해 이스라엘 통신장비 제조업체와 수입 업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당시 공항의 통신 시스템 주 장비와 예비 장비가 오후 6시 50분부터 8시 6분까지 76분간 모두 먹통이 되는 교신 이상 상태로 항공기 20여 대가 관제탑 도움 없이 공항 안내등 불빛과 비상 송수신기의 유도를 받아 착륙했다. 모두 77편이 지연 운항해 승객들이 발을 구르는 초유의 사태였다. 내국인과 중국인 관광객 등 연간 2500만 명이 이용하는 공항에서 자칫 대형 안전사고가 날 뻔했다.
공항에 접근한 항공기와 교신하는 관제탑의 통신 시스템은 주 장비가 고장 날 경우 예비 장비로 전환돼야 하지만 자동 전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근무자들은 수동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모두 같은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주 장비의 전원을 꺼야 전파 간섭 없이 예비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데도 현장 근무자들이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이런 내용이 있는데도 근무자들이 숙지하지 못했다니 어처구니없다. 이런 관제탑을 믿고 비행기가 뜨고 내렸으니 그간 큰 사고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제주공항은 저가항공사 취항 등 이용객 급증으로 2018년에는 완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신공항이 2024년 완공될 때까지는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차제에 전국 공항의 관제시스템과 공항요원의 근무 태세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 보완할 필요가 있다.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학원 입주 상가에서 발생한 오피스텔 화재는 비상계단에 설치된 이중 방화문이 제 기능을 했고 학원 강사들이 250여 명의 학생을 화재 대피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시켜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나지 않았다. 올해 초 화재로 5명이 숨진 의정부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했는데도 비상시 매뉴얼을 지켜 참사를 막았다. 매뉴얼조차 모른 제주와 매뉴얼을 지킨 분당의 차이를 우리 사회가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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