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없이 전화 받아서” 2시간 동안 여친 폭행한 대학원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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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28일 오전 3시경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 박모 씨(34)가 아파트 1층 출입문에서 인터폰을 누르며 누군가에게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박 씨는 1층 출입문으로 모르는 입주민이 나오자 얼른 들어가 한 가정집으로 갔다. 그는 아파트 현관문을 계속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박 씨는 이모 씨(31·여)가 문을 열어주자 곧바로 밀고 들어갔다. 그는 이 씨의 뺨을 때리고 머리를 잡아 흔들었다. 그는 또 이 씨의 온몸을 발로 수차례 걷어차고 소파에 밀쳐 목을 졸랐다.
만취한 박 씨는 2시간 동안 이 씨를 폭행하다 잠이 들었다. 박 씨가 잠이 들자 이 씨는 작은 방으로 가 방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했다. 박 씨는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타 지역 출신인 두 사람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직후부터 사귀던 연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씨가 이 씨에게 간혹 거친 행동을 해 사이가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남부경찰서 조사에서 이 씨는 “잠결에 박 씨가 걸어온 전화를 받아 ‘응. 잘 자’라고 대답한 것 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 씨는 “성의 없이 전화를 받아 화가 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이 씨는 경찰에서 “오른쪽 갈비뼈에 금이 가고 얼굴에 상처가 났다”며 전치 3주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이에 박 씨는 “나도 폭행을 당했다”고 쌍방 폭행을 주장하며 전치 3주의 진단서를 냈다. 경찰은 두 사람이 변호인을 대동해 첨예하게 맞서자 일단 쌍방 폭행으로 입건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광주지검은 조사를 통해 박 씨의 쌍방 폭행 주장은 “이 씨가 2시간 동안 맞는 폭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박 씨를 상해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이 씨에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최현정 판사는 박 씨에게 벌금 1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 씨가 음주운전 1회 벌금형을 받은 것 이외에 전과가 없고 이 씨를 위해 500만 원을 공탁한 것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의 판단이 양형기준에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박 씨가 의학전문대학원생이라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것은 실수라고 해석했다.

누리꾼들은 박 씨가 재학 중인 의학전문대학원 측이 피해자 이 씨를 위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을 비난하고 있다. 해당 의학전문대학원 측은 박 씨의 징계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광주지검은 박 씨의 선고가 있었던 직후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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