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38>“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말겠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내가 휴대전화 통화 내역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메일까지 감시한다며 불만인 남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감시’라기보다는 ‘알고 싶어서’가 정답일 것이다. 게다가 자기 남자에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여자끼리도, 휴대전화를 뒤지지는 못하지만 속속들이 알려 한다. 오랜만에 만난 두 여자의 대화에선 화투의 ‘패 맞춰 보기’가 연상된다. 질문들을 화투패처럼 깔아 놓고 번갈아 뒤집으며 확인을 한다.

“예뻐졌다”는 인사로 시작해 근황을 파악하고, 이어 남편과 아이, 어르신들 안부까지 주고받는다. 그런데 남자끼리의 가족 안부와는 달리 여성들 간의 ‘근황 맞춰 보기’는 정교하고 구체적이다. 이런 대화도 오간다. “너네 오빠는 아직 이혼 안 했어?” “오빠가 왜?” “올케랑 사이 안 좋아서 별거 직전이라며?”

친구의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한 여성이 그룹 내 친했던 남녀가 사귄다는 고백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에게 “남자를 짝사랑했냐”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그럼 뭐가 힘드냐”는 질문에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셋이 친했는데 내가 낌새를 못 챘다는 게 말이 돼요?” 정답은 배신감이다.

남자 관점에선 왜 배신감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연인을 빼앗긴 것도 아닌데…. 오히려 축하해 줄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게 여성이다. 미리미리 호혜의 원칙에 의거해 서로를 낱낱이 알아야 한다.

만화 ‘심야식당’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약혼한 여성이 친구에게 사과를 한다. “비밀로 해서 미안해. 원거리 연애였고 어떻게 될지 나도 자신이 없었거든.” 친구가 화를 낸다. “나한테 말도 없이 사귀고, 게다가 약혼까지! 그것도 내가 남자랑 헤어진 최악의 순간에!” 약혼한 여성이 친구를 속인 것은 사실이다. 방해받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녀는 사실, 친구에게 트라우마가 있다. 중학교 때 짝사랑하는 남자애 얘기를 털어놓았다가 친구에게 감쪽같이 가로채기를 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친구에게 동정심과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는 그녀에게 쏘아붙인다. “야비해! 자기만 행복해지겠다니, 네 행복한 얼굴 따위 보고 싶지 않아!”

관계에 특히 민감한 여성들 사이에선 ‘나만 몰랐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혼자 몰랐다가는 혼자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소외되거나 버림받은 비루함과 동급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격한 배신감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여긴다. 주변 사람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을 지켜내고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한상복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