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번 보자” 50대 세관 공무원 별명이 ‘5만원’인 이유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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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세관 공무원이 지도 단속 대상 회사의 직원들에게 ‘5만 원’이라는 악성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집요하게 뇌물을 요구한 탓이다. 특히 이 공무원은 처음 보는 영세 회사 직원들이 “돈이 없다”며 상납을 거부하면 지갑을 빼앗아 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7월 16일 낮 12시 전남 광양의 한 대형마트 앞. 세관 공무원 권모 씨(58·6급)가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세워놓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잠시 후 급유선박 회사(선사) 사무장 김모 씨(50)가 도착해 차량에 올라타자 1분간 대화하다 15만 원을 건네받았다. 그는 이후 또 다른 급유선박 회사 사무장 김모 씨(58)에게 같은 수법으로 15만 원을 받았다. 권 씨가 습관적으로 같은 장소에서 뇌물을 두 차례 잇따라 상납 받은 것이다.

권 씨는 김 씨 등 2명이 소속된 회사의 선박이 광양항, 여수항에 정박한 외항선에 연료유인 기름을 넣는다고 신고하자 속칭 대포 폰으로 전화를 걸어 ‘얼굴 한번 보자’고 요구했다. 그가 ‘얼굴 한번 보자’고 말하면 급유선박 회사 사무장들은 그가 원하는 돈을 준비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4일 급유선사 사무장들에게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권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김 씨 등 급유선사 사무장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권 씨는 2013년 3월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김 씨 등 급유선사 사무장 48명에게 26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씨는 여수 광양지역 급유선사 사무장들에게 ‘5만 원’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가 ‘얼굴을 한번 보자’고 요구한 것은 ‘뇌물 5만 원을 달라’는 의미였다. 그는 부산 등 타 지역 급유선사 사무장들에게는 10만~20만 원을 요구했다.

권 씨는 급유선박 회사가 외항선에 연료유를 넣으면서 남는 기름을 간혹 불법 면세유로 유통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짐작으로 협박을 하거나 급유절차를 신속하게 해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뇌물을 챙겼다.

그는 전국 급유선사 사무장의 휴대전화 번호 등이 입력된 대포폰을 갖고 있었다. 그는 급유선사가 광양·여수항에서 외항선에 기름을 넣는다고 통관시스템에 신고를 할 경우 사무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뇌물을 챙겼다. 그는 지난달 31일 사무장 2명에게 뇌물을 받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검거 직전 증거인멸을 위해 대폰 폰을 부수려고 시도했다.

경찰은 권 씨의 악명을 첩보로 듣고 7월 초부터 2개월 동안 잠복수사를 했다. 경찰은 권 씨의 여죄와 상납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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