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00억 기부해 공익법인 설립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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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조정위 7개월만에 권고안… 삼성 “수용힘든 내용 담겨 신중검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에서 “삼성전자가 1000억 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조정위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적정 금액을 기부해 공익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조정위가 법률가단체, 시민단체 등 7곳으로부터 한 명씩 추천받은 발기인으로 공익법인이 구성되며, 발기인이 법인 이사회 이사가 된다.

보상 대상은 학계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2011년 1월 1일 이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장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종사자들로 제한했다. 대상 질환은 백혈병, 림프종 등 12가지. 퇴직 후 최대 잠복기는 질환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대 14년이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해 12월 김지형 전 대법관(지평 고문변호사)을 중심으로 조정위가 꾸려진 지 약 7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외부인인 공익법인 이사회에 삼성전자 사업장 내부 시스템을 점검할 권한을 주는 등 경영 침해 논란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보상 문제는 결국 공익법인이 담당하게 돼 2007년 이후 8년간 이어져 온 갈등을 종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직 후 잠복기를 최대 14년까지 보장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74세까지 보장하라는 건데 한국 70대 남성 전체의 3분의 1이 암 환자로 조사되는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이라며 “삼성전자가 이를 수용하게 되면 앞으로 산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불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10일간 당사자들의 이의 제기가 없을 경우 조정안은 수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삼성전자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면서도 “권고안 중에 회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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