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컨슈머]버려진 산업시설의 변신, 문화의 산실로 거듭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문화체육관광부

《 1970, 1980년대 우리나라에 급속도의 경제발전을 가져다주었던 산업시설들은 지금 우리의 윤택한 삶을 가능하게 해 준 성장기지였다. 수도권과 항구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시설은 사회환경의 변화로 90년대에 들어서며 점차 축소되기 시작했고, 힘차게 엔진을 가동하던 시설들은 상당수가 그 기능을 다하고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채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이처럼 기능을 잃고 버려진 산업시설과 노후한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에 공간 개선과 문화프로그램의 도입을 통한 문화공간 조성프로젝트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차갑고 건조했던 공간에 따뜻하고 다채로운 문화의 색을 입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따뜻한 변화의 중심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이 있다. 지금까지의 문화공간 조성사업이 공간의 용도를 미리 결정하고 변화를 시도했다면 이제는 공간의 콘셉트를 결정짓기 이전에 주민과 전문가, 예술가의 의견을 반영해 공간을 활용하는 진정한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
○광명 업사이클링 아트센터, 쓰레기 소각장이 창조의 공간으로

업사이클링 아트센터 조감도
업사이클링 아트센터 조감도
경기 광명시 자원 회수시설은 생활 쓰레기를 소각해 발생한 폐열을 에너지화하는 폐기물 처리시설이다. 버림의 상징인 이곳에 ‘업사이클링’이라는 새롭고 낯선 이름이 붙여졌다. 하루 300t이 넘는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는 공간에 새것을 창조하는 업사이클링 문화공간을 접목해 ‘광명 업사이클링 아트센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광명 업사이클링 아트센터’는 기존의 기능과 정반대의 기능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 이곳에는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한 디자인 공방과 판매 공간, 창작자들을 위한 레지던시가 조성된다. 또한 지역 주민 및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 교육과 이벤트, 전시를 비롯하여 관련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등 국내 업사이클링 문화 산업의 허브로서 기능을 할 예정이다.

‘광명 업사이클링 아트센터’는 본격적인 공간 조성에 앞서 지난해 말 지역 초·중생 40여 명을 대상으로 재활용 자재를 활용해 악기를 만들고 공연을 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Re.Play Maker’를 주제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약 한 달 동안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어린이들이 악기와 인형을 직접 디자인, 제작하고 악기 연주 등의 연습 과정을 통해 최종 공연까지 선보이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광명 업사이클링 아트센터’는 자원 회수시설 내 홍보동을 중심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전문가들의 사전 계획 수립 및 문화 시범 프로그램 진행 등을 거쳐 현재 용도에 꼭 맞는 모습으로 공간 리노베이션을 하고 있다.

○예술창작소 창공(創工), 놀이와 창작의 공존, 신명나는 시화반월공단

1981년 준공된 경기 시흥시 시화반월공단은 8000여 업체가 입주해 있는 국내 최대 중소기업단지다. ‘스마트허브’라는 새 이름을 얻었지만 공단의 건물과 내부 시설, 전체적인 분위기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화반월공단에 조성한 ‘예술창작소 창공’은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에서 근로자들이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근로자들에게 놀이와 창작이 공존하는 ‘일할 맛 나는 산업단지’를 만들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청년 아티스트들이 문화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하고 지역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소 폐쇄적일 수 있는 공단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예술창작소 창공’에서의 사전 프로그램은 근로자들이 몸을 사용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부터 시작됐다. 첫 번째로 근로자들을 주축으로 한 탁구클럽을 조성하여 전문 코치의 수업을 마련하고 생활체육대회 출전 등을 목표로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춤 전문가, 배우 등이 교육자로 참여해 참가자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냄으로써, 자유로운 감정 표현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움직임 인생 그리기’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예술창작소 창공’은 기존의 공간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는 대신에 공간 사용자들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적용해 문화 소통의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우리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 근로자들의 삶 역시 그만큼 행복하고 즐거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동부창고 34, 청주 담뱃잎 보관창고가 문화 보물창고로…

동부창고가 위치한 충북 청주시 안덕벌 일대는 1946년 건립된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있던 자리다. 한때 3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하고 솔, 라일락, 장미 등의 담배를 연간 100억 개비나 생산하던 청주를 대표하는 산업시설이었다.

여기에 위치한 동부창고는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담뱃 잎을 보관하던 창고로, 현재 7개 동이 남아있다. 1960년대 공장 창고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적벽돌과 목조 트러스(금강송)로 건축되어 향후 등록문화재로의 보존 가치도 높은 건물이다. 이렇게 사회 문화적, 건축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공간인 동부창고가 ‘동부창고 34’라는 이름으로 지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창고’로의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동부창고 34’는 공간 리노베이션을 통해 아트 스튜디오, 쿠킹랩, 목공예 공방, 음악 연습실, 다목적 발표장, 세미나실 등을 갖춰 창작 및 발표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다양한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이 곳에서는 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과 건축학교 프로그램, 다양한 실험적인 예술 프로젝트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올 6월 공식 오픈을 앞둔 ‘동부창고 34’는 완성을 앞두고 현재 상당 부분이 진행되어 2월에는 공간을 개방해 현장 설명회를 열고 공간 소개와 질의응답 등을 진행했다. 이후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역민들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강하고 드럼, 기타, 캘리그래피,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이란?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방치된 폐산업시설에 문화예술 기능을 부여하여 공간의 가치를 문화의 가치로, 공간의 질을 삶의 질로 바꾸어 새로운 생산의 공간이자 사회적 기능을 담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정부의 큰 방향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의 특징은 기존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공간의 탈바꿈뿐만 아니라, 해당 공간에서 지역 주민 및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공간계획 및 프로그램 운영 컨설팅까지 제공하여 복합문화 공간으로 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휴먼웨어가 삼위일체가 되어 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 예술 콘텐츠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