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장애 있어 더 애틋한 동물원 친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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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장애동물 삼총사
남북동물교류 1호 반달곰 으뜸이… 앞 못본다는 이유로 16년째 비공개
낚싯바늘에 눈 잃은 물개 마음이, 날개다친 흰꼬리수리도 건강 회복

눈 먼 반달곰 으뜸이와 새끼들, 물개 마음이, 날개 끝 부분을 절단한 흰꼬리수리(위쪽부터). 동물원 관계자들은 “장애동물을 잘 돌보는 것은 종 복원, 교육적 차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공원 제공
눈 먼 반달곰 으뜸이와 새끼들, 물개 마음이, 날개 끝 부분을 절단한 흰꼬리수리(위쪽부터). 동물원 관계자들은 “장애동물을 잘 돌보는 것은 종 복원, 교육적 차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공원 제공
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곰사육장.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329호) ‘으뜸이’(20년생 추정)가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30cm 정도 떨어져 있는 기자가 으뜸이의 두 눈을 향해 손을 흔들어봤다. 하지만 으뜸이는 미동도 없이 흰 입김만 뿜어댔다. 추윤정 사육사는 “두 눈이 완전히 멀었다”고 전했다. 1999년 1월 이곳에 온 으뜸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숨겨진 존재’다.

동물원에는 선천적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가진 동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장애동물’의 처우는 각박하다. 멀쩡한 동물에 비해 사육비용이 2∼3배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영난을 겪는 동물원에선 장애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를 고려한다면 장애동물도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장애 반달곰 으뜸이는 북한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온 ‘남북동물교류 1호 동물’이란 상징성도 있다. 당시 국내에서 희귀했던 토종 반달곰으로 맥이 끊긴 반달곰 가계를 다시 이을 ‘열쇠’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으뜸이는 2006년에서 2011년까지 새끼를 6마리나 낳았다. 이 중 5마리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지리산 반달곰 복원 프로젝트’에 투입됐고 모두 방사에 성공했다. 으뜸이를 처음 대공원에 데리고 온 한효동 사육사는 “새끼도 잘 낳고 모성애도 지극해 이름 그대로 으뜸인 곰”이라며 “40마리 지리산 반달곰들의 대모(代母)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람 때문에 후천적 장애가 생긴 야생동물을 ‘구호’한다는 의미도 있다. 물개 ‘마음이’는 재작년 7월 경북 울진군 앞바다에서 탈진한 채로 발견됐다. 두 눈이 멀어 있었다. 특히 왼쪽 눈은 안구가 아예 빠져버렸을 정도로 심각했다. 무심코 낚시꾼이 버린 낚싯바늘이 눈에 들어갔고 괴사가 일어난 것. 다행히 마음이는 사육사의 정성스러운 간호 덕에 발견 당시 78kg이던 몸무게가 165kg으로 늘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2010년 12월 강원 양구군에서 건물에 부딪혀 날개가 부러진 채 발견된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4호)는 왼쪽 날개 일부를 절단해 다시는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됐다. 안락사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 쥐 3마리를 먹어치울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한정된 예산과 장애 자체에 부정적인 한국 사회에서 장애동물 돌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추 사육사는 “현재 리모델링 중인 곰사육장이 9월경 다시 문을 열지만 으뜸이의 장애를 고려한 별도 전시공간이 없어 방사장 전시는 어려울 것 같다”며 “사실 더 겁나는 건 ‘기분 나쁘게 왜 장애동물을 보여주느냐’는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털어 놓았다.

노정래 대공원 동물원장은 “장애동물에 대한 편견을 없애면 우리 사회에서 ‘생명존엄성’과 인권교육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시민단체, 기업 등의 자발적인 지원이 뒤따른다면 동물원 장애동물 복지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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