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은 러시아로 가는 최단거리 철도노선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물류길을 열려면 남북간 교통망 가운데 가장 먼저 복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최근 서울 용산구 수도권본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철도공단은 정부 경원선 복원 사업(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의 실제 공사를 맡고 있다.
19일 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경원선은 남북을 잇는 3대 철도망 중 유일하게 남북 연결구간이 끊겨 있다. 경원선을 가동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백마고지역~월정리역 9.3km 구간을 복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 평강역까지 총 22.7km 구간이 복원되면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한 5대 도시 중 하나인 원산을 거쳐 러시아까지 달릴 수 있다.
강 이사장은 “3월 말 경원선 복원을 위한 사전조사를 끝냈기 때문에 곧 설계 발주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1년이 걸리는 설계를 마친 뒤 시공에 들어가면 완공까지 4년 이상 걸린다. 강 이사장은 “경원선 복원은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 대표적인 사업인 만큼 설계와 동시에 시공을 시작하면 2017년 하반기(7~12월)에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한과 러시아가 공동 추진하는 3각 경제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남북 철도망이 복원되면 사업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이사장은 “현재 러시아 시베리아산 유연탄을 한국으로 들여오려면 블라디보스토크~하산~북한 나진항까지 철도로 운송한 뒤 배로 강원 묵호항까지 실어 날라야 한다”며 “남북 모두 경원선을 복원하면 철도로만 한 번에 운송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가 성공하려면 북한 철도의 현대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경의선(서울~평안북도 신의주)의 개성~평양~신의주 구간의 철로를 현재 상태에서 단순 보수하면 약 2조 원, 열차가 시속 200km로 달릴 수 있는 새 철로를 깔면 약 14조 원이 든다”면서 “앞으로 중국, 러시아 철도를 잇는 물류혁명을 위해 새 철로를 깔도록 남북이 합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는 북한 철도 지선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등 북한 철도망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자칫하면 철도설계 주도권을 주변 강대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 철도 현대화는 향후 북한의 철도 운영과 자원 개발,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 이를 선점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정치적 손실이 크다는 게 강 이사장의 설명이다.
한편 철도공단은 2009년 12월 착공한 고속철도(KTX) 호남선을 이번 달에 개통했다. 강 이사장은 “KTX 호남선은 핵심기술을 외국에 의존했던 KTX 경부선과 달리 철로와 열차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 한국 철도산업에 의미가 크다”며 “연간 200조 원에 이르는 해외 철도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스페인, 중국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120억 달러(약 12조9600억 원) 규모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주가 당면 과제다. 강 이사장은 “건설, 설계, 차량, 운영 등이 패키지로 진출해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철도공사를 비롯해 한국의 건설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