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등산객 여러분 ‘火’내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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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2015년들어 서울 산불 15건… 최근 5년 10건중 4건은 주말 담뱃불 탓

“이제 한국도 초대형 산불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 강당. 산불방지기술협회 박동화 박사의 ‘경고’에 직원 400여 명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같은 달 13일 겪었던 불암산 산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중턱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대원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구청 직원이 진화에 나섰다. 다행히 큰불은 잡았지만 잠시 한숨을 돌린 사이 잔불이 다시 커지면서 정상 근처까지 불이 번졌다. 결국 축구장 3개 크기에 육박하는 1만8500m²의 산림을 태우는 대형 산불이 됐다.

○ 서울지역 대형 산불 급증

비단 불암산만이 아니다. 유달리 건조한 봄이 계속되면서 서울 도심 산불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주 봄비가 내려 다소 해갈이 됐지만 겨울 가뭄이 봄까지 이어진 탓에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산불(피해지역이 100m² 이상)은 15건에 이른다.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산불(16건)과 벌써 비슷한 규모다. 박재성 노원구청 민원여권과 주무관은 “소방관만 불을 끄는 줄 알다가 처음으로 불암산 화재 때 현장에 나섰다”며 “어떻게 산불에 대응해야 하는지 사전에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남부지방에 비해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달 서울의 평균 강수량은 9.6mm로 평년(47.2mm)의 20.3%에 불과했고, 강수일수는 4일로 평년(7.4일)보다 3.4일이 적었다. 게다가 4월은 연중 산불 위험이 가장 높은 달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일어난 산불 252건 가운데 4월이 48건(19%)으로 가장 많았다.

○ 산불은 대부분 인재(人災)

산불의 원인은 대부분 등산객 등 사람들의 부주의 탓이다. 이는 미리 조심만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에 갈 때는 먼저 담배 라이터 등 발화물질을 절대 가져가면 안 된다. 박동화 박사는 “아웃도어 열풍으로 도시 근교 산을 찾는 등산객이 늘어나고 산 바로 아래에 각종 시설이 들어서는 등 인재가 일어날 요인이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서울의 산불 현황에 따르면 주말(토요일 16.3%, 일요일 22.6%)에 담뱃불(45.6%)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만약 등산 중 갑작스럽게 산불을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산불은 전문가도 진행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혼자서 불을 끄려고 하기보다 빨리 119에 신고하는 편이 낫다. 보통 불을 보면 흥분해서 무조건 뛰면서 피하려고 하는데 잘못하면 연기를 들이마시기 쉽다. 유독물질이 섞이지 않은 연기라도 2, 3차례 마시면 바로 쓰러진다. 엎드린 자세로 기면서 피해야 연기를 마시지 않는다.

이때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 즉 바람을 마주하며 이동해야 산불이 덮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물이 있다고 계곡으로 가는 건 가장 위험하다. 습기가 있으면 연기는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산불은 몇 초만 있으면 휩쓸고 지나가기 때문에 안전한 곳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등산객#산불#담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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