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창의토론수학으로 뭉친 한·중 수학 영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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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수학올림피아드 아시아 대회 현장

팀원과 함께 수학문제를 푸는 2015 WMO 아시아 대회 참가자들.
팀원과 함께 수학문제를 푸는 2015 WMO 아시아 대회 참가자들.
수학 대회인데 대회장 밖까지 떠들썩하다. 참가 학생들은 삼삼오오 팀을 이뤄 시끌벅적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답을 찾는다. 출제 문제도 고난도이지만 독특하다. 신문지, 큐브, 스마트 기기 등을 사용해야 풀 수 있다.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킨텍스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학 영재들이 실력을 겨룬 ‘2015년 세계수학올림피아드대회(WMO) 아시아 대회’의 모습이다. 내로라하는 수학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수학 대회지만 분위기는 흡사 축제의 현장이었다. 초등 3∼6학년 한중 수학 실력자들이 참가한 WMO 아시아 대회 현장을 찾았다.

같이 풀어야 잘 풀리는 대회

WMO 아시아 대회는 미국과 공동운영국인 WMO 중국 협회 주관으로 치러진다. 한국에서 열린 WMO 아시아 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이번 대회에 참가한 74명(한국 56명과 중국 18명)은 두 나라를 대표하는 수학 실력자들이다.

중국에서는 매회 학생 수백만 명이 참가할 만큼 대회 인지도가 높다.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지방 예선과 전국 대회를 거쳐 4∼6회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한국은 제4회 CMDF(Creative Math Debating Festival·창의적 수학토론대회)와 2014 전국 창의 융합수학능력인증시험에서 수상한 학생 중 엄선됐다.

2015 WMO 아시아 대회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진행됐다. 오전에 치러진 개인전은 지필고사 형식. 지필고사는 창의적 사고력과 응용력을 발휘해 풀어야 하는 문항들이 출제됐다. 오후에 진행된 단체전은 5∼6명이 한 조가 되어 과제 3개를 수행했다.

WMO와 일반 경시대회와의 차이는 단체전에 있다. 여타 경시대회가 지필 문제를 풀어 개인의 수학 역량을 평가한다면 WMO는 팀원 간의 협동도 주요 평가 요소다. 협동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문제들이 출제된다. 단체전은 △무게 중심을 고려하여 튼튼한 구조물을 설계하고 그 높이를 논리적인 방법으로 추정하는 ‘나도 건축가’ △사고력을 발휘해 7가지 게임을 풀고 점수를 합하는 ‘수학 게임 파티’ △송충이 모양의 긴 풍선 인형을 타고 뛰어가 짧은 시간 안에 정답을 많이 맞힌 팀이 승리하는 ‘수학 릴레이’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 참가자 김혜승 양(서울원명초 3)은 “땀 흘리며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이색적이다. 중국인 친구들과 경쟁하며 팀원들과 대화하며 문제를 푸니까 더 재밌고 팀에 기여하기 위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고 말했다.

이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차마이폰 탕폰 태국 교육부 중등 수학 책임자는 “최근 태국은 창의사고력 수학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창의사고력을 강조하는 CMS 에듀케이션의 STEAM 교육 콘텐츠를 비롯해 한국의 수학 교육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를 풀기 위해 풍선 인형을 타고 뛰어가는 ‘수학 릴레이’ 현장.
문제를 풀기 위해 풍선 인형을 타고 뛰어가는 ‘수학 릴레이’ 현장.
함께 게임하며 한중 문화 이해

“떡국, 교자, 세배, 춘련(春聯·소망을 담아 쓴 종이를 벽이나 대문에 붙인 것) 등에서 알 수 있는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사회자)

“설날과 춘절입니다.”(최현서·서울압구정초 4)

“그럼 한국어로 새해에 하는 인사말은 무엇일까요?”(사회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위안룬펑·11·중국 구이양)

한·중 학생들이 팀을 이뤄 서로 문화에 대해 알아가고 게임을 하는 ‘한중 문화교류의 시간’은 WMO 아시아 대회의 백미. 양국 참가자들은 9개 팀으로 나뉘어 문제를 풀고 ‘딱지치기’ ‘콩주(요요와 비슷한 중국전통놀이)’ 같은 각 나라의 민속놀이를 서로 가르쳐주고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참가한 현영우 군(서울동북초 5)은 “지난해 WMO 대회보다 문화교류 활동이 다양해지고 재밌어졌다”며 “중국 친구들과 말이 안 통해도 게임을 하며 교감했고 앞으로 더 많은 나라가 참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에게 주어지는 대회 최고상인 금상은 손지훈(서울보광초 3), 양성빈(대전둔천초 4), 한기훈(대전삼천초 5), 취샤오춘 군(13·중국 닝샤)이 차지했다.

한 군은 “개인전도 열심히 했지만 단체전에서 팀원들과 내놓은 결과물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다음 WMO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사고력을 요구하는 서술형 문제를 열심히 풀어야겠다”고 말했다.

중국 참가자 펑옌싱 군(12·중국 우한)은 “이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전 4번, 단체전 2번의 대회를 거쳤다. 각오가 남달랐지만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해서 아쉽다. 다음 대회에서 한국 친구들과 겨루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WMO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충국 CMS에듀케이션 대표는 “WMO는 단순히 수학 실력을 겨루는 대회를 넘어 전 세계 수학영재들이 소통하는 문화교류의 장”이라며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훗날 세계무대에서 만나 파트너이자 경쟁자로서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승현 기자 hyun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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