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집회 봉쇄목적 ‘유령 집회신고’ 무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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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신고자 개최 의지 없다면 나중 접수자 무조건 막아선 안돼”
大法, 집회강행단체 무죄취지 환송

집회 신고가 돼 있지만 실제론 집회가 열리지 않고 오히려 다른 집회의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이른바 ‘유령집회’ 신고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견해가 다른 상대방의 집회를 차단하려는 무분별한 허위 집회 신고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48)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김 씨는 2009년 6월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4대강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문화 한마당’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보수단체인 ‘바르게살기운동 서울시협의회’가 같은 날 일출 후 일몰 전 시간에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 집회를 먼저 신고했다는 이유로 김 씨에게 집회금지 통고서를 보냈다. 김 씨는 집회를 강행했고 1, 2심은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바르게살기운동 서울시협의회는 2009년 6월 총 8회 집회 신고를 했는데 실제로는 단 한 차례도 집회를 열지 않았다”라며 “이는 다른 집회가 열리는 것을 봉쇄하기 위한 허위 또는 가장 집회 신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대문경찰서장은 집회의 실제 개최 가능성을 고려해 허위 가장 집회 신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한 뒤 집회 금지통고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집회#유령 집회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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