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주유소’ 보름새 550원 내리고 사과 현수막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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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휘발유 값 가장 비쌌던 ‘국회 앞 주유소’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에쓰오일세일석유㈜경일주유소에 걸려 있던 현수막. 경일주유소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16일 만에 휘발유 가격을 550원 내렸다. 현재는 강풍 때문에 걸어두지 않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에쓰오일세일석유㈜경일주유소에 걸려 있던 현수막. 경일주유소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16일 만에 휘발유 가격을 550원 내렸다. 현재는 강풍 때문에 걸어두지 않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고객 여러분의 질타에 깊이 반성하며 기름값 현실화에 힘쓰겠습니다.”

‘전국 최고가(最高價) 주유소’로 유명한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의 일명 ‘국회 앞 주유소’ 에쓰오일세일석유㈜경일주유소가 최근 이런 문구를 써넣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문구처럼 가격도 내렸다. 11월 16일 L당 2198원이던 휘발유 가격은 12월 2일부터 1648원이다. 16일 만에 550원(25.0%) 내렸다.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L당 1998원에서 1468원으로 350원(26.5%)내렸다. 오피넷에 고시된 13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 1667.95원, 경유 평균 가격 1476.03원보다 싸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인 구로구 GS칼텍스남부주유소와 관악구 GS칼텍스서울주유소 휘발유 가격(L당 2298원)에 비하면 650원 싸다.

이 주유소는 2012년 SK미래㈜경일주유소 시절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으로 올랐을 때 2400원 이상을 받았다. 그 대신 적립한 포인트에 따라 ‘시바스리갈’ 12년산, 와인, 전기면도기, 쌀 등 비싼 사은품을 줬다. 주유소 손님들은 대부분 근처 금융사 법인고객 또는 매달 유류비 110만 원을 지원받는 국회의원실 등 고정 거래처였기 때문에 값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운전사들은 사은품을 받을 수 있어 좋아했다.

에쓰오일은 2012년 9월 경일주유소를 인수한 뒤 올해 4월 세일석유에 임대하기 전까지 직영으로 운영했다. 여전히 L당 2000원이 넘는 가격을 받으며 최고가 주유소 중 하나로 손꼽혔다.

경일주유소가 기름값을 내린 것은 국제유가 하락 때문이다. 기름값이 내리자 다른 주유소와의 휘발유 값 차이가 많게는 L당 500원 이상 벌어졌다. 거래처에서 “국제유가가 내렸는데도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이 나왔고 그나마 있던 개인 손님들도 떨어져 나갔다.

9월 경일주유소는 사은품과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에 값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값을 내리기 전엔 고객들에게 물티슈, 곽티슈, 모닝커피 등 사은품과 무료 세차와 실내청소, 워셔액 보충 등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제 사은품은 없어졌고 세차도 유료다.

장길용 경일주유소 소장은 “값을 내린 뒤 손님이 30% 이상 늘었지만 매출이 줄어 지난달부터 거의 적자 상태”라며 “그러나 국제유가가 오르지 않는 한 이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10일까지 내걸었던 현수막은 강풍으로 끈이 끊어져 떼어놓은 상태다. 장 소장은 “‘고객 여러분이 많이 주유하시면 기름값은 더욱 내려갑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하나 더 준비해놨다”며 “조만간 둘 중 하나를 다시 매달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일주유소가 가격을 내리자 주변 주유소도 값을 내렸다. 14일 약 10m 거리의 SK여명주유소는 경일주유소보다 휘발유와 경유가 L당 20원씩 싸다. 약 100m 떨어진 현대오일뱅크여의도주유소는 휘발유가 L당 1643원, 경유가 1464원이다. 현대오일뱅크여의도주유소 직원은 “일주일 전 이틀에 걸쳐 400원 정도 값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계속 하락 중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60.51달러로 전날보다 1.06달러 내리며 배럴당 60달러 선에 진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경일주유소#국회 앞 주유소#휘발유 가격#국제유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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