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사하구 ‘희망이야기’ 감동 밀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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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미혼모 등 절망 딛고 행복 되찾은 사연 책으로 펴내
구청 강당 우수사례 발표회 호평

“나는 암을 앓고 있소. 그런데 돈이 없어요. 난 죽으면 그만이지만 우리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1년 전 부산 사하구 복지정책과 내 희망복지지원단에 60대 여성이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갑상샘암을 앓고 있는 그녀의 곁에서는 지적 장애 2급인 20대 딸이 쓰러질 듯 옷깃을 잡고 기우뚱거렸다. 딸은 2년 전 이웃집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 어머니는 희망복지지원단의 도움으로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쳤다. 그러고 딸과 함께 아픈 기억이 있는 동네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딸은 직업훈련을 받으며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이 모녀는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내디디며 희망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

최근 희망복지지원단이 펴낸 교과서 크기 119쪽의 ‘당신이 바로 희망입니다’라는 책에 소개된 이야기다. ‘웃을 수 있어 행복한 사회’란 주제의 이 글은 4년째 희망복지지원단에서 사회복지통합사례관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최선영 씨의 경험담을 담았다.

사회복지통합사례관리는 관공서나 민간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에게 복지 보건 고용 주거 교육 법률 등의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모니터링 하는 사업.

관리사들의 우수 사례를 모은 이 책에는 세상의 끝자락에서 희망을 찾은 이웃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기관들 간 정보 공유를 위해 구청, 동 주민센터, 복지관 등 민관 39개 기관 42개 사례가 소개됐다. 가정폭력 피해자, 알코올의존증 환자, 미혼모 등이 절망 속에서 어떻게 빛을 되찾고,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 담아낸 사연들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사하구장애인종합복지관 사례관리사 김미선 씨의 ‘반찬을 받으러 왔는데 친구를 얻어 갑니다’라는 글도 감동을 준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가족과 헤어지고 전 재산을 잃은 50대 가장이 노숙자로 전락한 뒤 4년 동안 겪은 아픔과 사회적 기능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책에 담긴 사연들은 지난달 24일 사하구청 4층 대강당에서 ‘제1회 사하구 희망복지지원단 우수사례발표회’에서 공개됐다. 2012년 4월 출범한 희망복지지원단 사례관리사들의 현장 활동과 상담 등 땀 흘린 노력들이 생생한 동영상으로 소개됐다. 발표회는 경쟁 위주의 우수사례 시상식을 없애는 대신 모범 사례들을 공유하는 자리여서 호평을 받았다.

이날 사하구 관내 주민센터에서는 민관복지네트워크인 ‘사하행복마을 복지공동체’ 발표회도 열려 의미를 더했다. 장림2동에서는 ‘24시간 복지전화 개통’, ‘행복마을 찾아가는 행복꾸러미 서비스’, ‘행복마을 나누미 봉사단’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대1동에서는 경로당 이야기 ‘어르신과 콩나물 사업’이 소개됐다.

신영순 희망복지지원단장은 “세상의 끝자락에서 잡은 희망 이야기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며 “시민들의 작은 관심이 이들에게는 행복이 될 수 있는 만큼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사하구#가정 폭력#미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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