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선장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배와 함께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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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인근 동료 선장과 마지막 교신… “혹시 살게 되면 소주 한잔합시다”
한국인 3명 등 시신 11구 추가 수습… 60명 중 7명 구조 41명 실종 상태
가족들 “남은 쿼터 채우라는 지시에 할당량 잡고도 추가 조업하다 사고”

러시아 베링 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원양어선 ‘501오룡호’(1753t)의 실종 선원 중 추가로 11명이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선원 60명 중 7명만 구조됐고 12명은 숨졌다. 41명(한국인 7명, 인도네시아인 25명, 필리핀인 9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3일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사조산업 부산본부에서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임원진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3일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사조산업 부산본부에서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임원진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비보에 망연자실했다. 특히 가족들은 김계환 오룡호 선장이 사고 지점 근처에서 조업 중이던 오양호의 이양우 선장과 마지막으로 교신했던 내용이 전해지자 눈물을 흘렸다. 회사 측이 이 선장을 통해 입수한 교신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서베링 해에서 조업 중이던 오룡호는 1일 오전 9시 30분(한국 시간)경 보관 창고에 물이 차는 사고를 당했다. 오후 1시 김 선장은 근처를 항해 중이던 카롤리나77호(러시아 선적)에서 펌프를 빌려 물을 빼낸 뒤 “창고에 찼던 바닷물을 절반 넘게 빼냈다. 괜찮은 것 같다”고 이 선장에게 무전을 보냈다. 그러나 10여 분 뒤 오룡호는 왼쪽으로 45도가량 기울었다. 김 선장은 “균형을 잡은 것 같았는데 배가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어져 퇴선 명령을 받았다”는 내용의 무전을 다시 보냈다. 오후 1시 14분에는 동생 세환 씨에게 위성전화를 걸어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데 시간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10초 만에 끊었다. 이어 오후 1시 30분경 김 선장은 “형님에게 마지막 하직 인사는 하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이 선장에게 무전을 보냈다. 이 선장은 “빨리 나와!”라고 외쳤지만, 김 선장은 “배 안의 등이 전부 꺼졌어요. 저는 배하고 함께 갑니다. 형님, 나중에 혹시 살아있으면 소주 한잔합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김 선장은 이 선장의 추천으로 오룡호 선장이 됐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가족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회사 측이 확보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흡한 퇴선 조치 등 잘못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가족들은 또 “오룡호가 이미 할당량을 다 채웠는데 남은 쿼터를 채우라는 지시 때문에 악천후 속에 추가 조업을 강행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이 해역에서 명태 4만 t 쿼터를 받았지만 지금까지 76%만 어획해 24%가 남아 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3일 “신속대응팀이 어젯밤과 오늘 각각 현지로 출발했다”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합류해 어느 항구로 갈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의 주러시아 한국대사관과 외교부 본부에서 1명씩 파견된 신속대응팀은 러시아 현지 정부와 협조하고 사상자나 유가족이 항구에 도착하면 현장 지원을 할 예정이다. 관할 공관인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직원 2명도 입경 허가가 나오는 대로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축치 항구로 파견될 예정이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세종=김준일 / 김정안 기자
#오룡호#선장#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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