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가 포착된 현역 국회의원 4명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운 검찰 안팎에선 10일 “오히려 정치권의 꼼수에 당한 것 아니냐”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논란의 불씨는 여야가 국회 본회의 날짜를 하필 ‘13일’로 잡은 것에 있다.
○ “비리 의원 살리자” 이면합의 있었나?
오랫동안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던 여야 원내대표는 7일 법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본회의 일정도 확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상조사위의 수사권 보유, 특별검사 추천권 확보 등 그동안 주장했던 핵심 사안들을 양보해 당내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검찰이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혐의로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69)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었다. 입법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새정치연합 신계륜(60) 김재윤 의원(49)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이어졌고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을 포함해 ‘무더기 체포동의안’이 예상되던 때였다.
당초 국회 본회의가 18, 19일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조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은 당혹스러워했다. 13일에 본회의가 열리면 체포동의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송부 이후 첫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72시간 이내 처리하도록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휴일인 15일(광복절), 16일(토요일)이나 연휴 직전인 14일 오후 늦게 여야가 다시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계획된 일정도 없을뿐더러 본회의가 열린다 해도 의결정족수가 미달될 수도 있다. 여야가 ‘제 식구 살리기’를 위해 이면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설이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특권포기” 약속했던 여야, 다시 시험대에
수사 대상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9일 조사받기로 했던 신 의원은 소환에 불응했고 김 의원(11일 조사 예정)과 함께 “당의 방침”이라며 조사 날짜를 12일 이후로 미뤘다. 모두 13일로 본회의 일정이 확정된 뒤의 움직임이다.
검찰은 이들이 예정된 날짜에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13일 본회의에 보고될 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한 묶음이 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을 표결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더해질 것으로 보고 이런 ‘꼼수’를 쓴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미 여야가 12월 연말까지 국회를 열어놓기로 해 ‘방탄국회’가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본회의 이후로 조사 날짜를 미뤄버리는 게 자기들에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수상한 움직임’ 때문에 검찰은 지난주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향후 국회 일정을 검토해 청구 시기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얼마나 많은 약속을 했느냐”면서 “체포동의안을 뭉개려는 꼼수가 아니라면 14∼16일 처리해야 하는데, 여야 원내대표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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