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4대강 논란… 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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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속 느려져 급증” vs “가뭄-수온 등 복합원인”

20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상류에서 금강통합관리센터 직원이 죽은 큰빗이끼벌레를 건져내고 있다. 공주=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20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상류에서 금강통합관리센터 직원이 죽은 큰빗이끼벌레를 건져내고 있다. 공주=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22조 원이나 투입됐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재앙이 된 사업이다.”(환경단체) “가뭄과 홍수가 예방됐으며 수질도 훨씬 나아졌다.”(정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4대 강 사업’은 2012년 6월 완료됐지만 매년 환경파괴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녹조 확대를 계기로 이 사업의 환경유해성을 비판했던 환경단체들은 올해에는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 확산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등은 “이들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가뭄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4대 강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논란이 일고 있는 4대강 관련 사안들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동아일보 취재팀은 20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 부여군 백제보를 찾았다. 》  

▼ 논란 1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 돌연변이? ▼

① 큰빗이끼벌레 논란…“4대강 탓에 등장” vs “4대강 때문 아니며 유해하지 않아”


취재팀은 공주보 일대를 배를 타고 1시간여 동안 둘러봤다. 공주보에서 상류 약 1.5km 지점까지 거슬러 오르는 동안 수초에서 떨어져 죽어 있는 큰빗이끼벌레 군체 5개가 발견됐다. 이곳에서 금강 하류 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백제보 상류에서도 50분간 2개의 죽은 군체가 관찰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전날 35mm 정도 비가 내려 씻겨 내려가기까지 이 구간에는 살아있는 군체들이 2, 3배 많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구성한 4대강조사단의 박창근 단장(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 이전에 댐, 저수지 등 흐르지 않는 물에만 서식했지만 4대강 사업 이후 4대강에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큰빗이끼벌레 생태 전문가인 서지은 우석대 에코바이오학과 교수는 “이 벌레의 개체 증가에는 기온 상승, 가뭄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4대강 사업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4대강 사업이 큰빗이끼벌레 확산에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하지 않다. 환경부 실태조사 결과가 나와야 원인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은 별도의 논란거리다. 일부 환경단체는 이 벌레가 죽어 부패하면서 암모니아를 배출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혐오감을 주는 외양과 달리 독성은 없고, 유기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수질개선 효과까지 있다는 게 정부와 환경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큰빗이끼벌레가 는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 확인해본 결과 독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논란 2 퇴적토 늘며 수질 오염? ▼

② 퇴적물 논란… “보 때문에 유해한 퇴적토 쌓여” “퇴적토로 인한 수질오염은 없어”


환경단체들은 보 때문에 4대강의 유속이 이전보다 6분의 1 수준으로 느려지면서 강이 늪과 호수처럼 변하는 ‘호소화(湖沼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퇴적토가 더 많이 쌓이고 퇴적토 때문에 수질도 더 나빠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취재진이 금강 상류인 공주보 위쪽 1.5km 지점 강바닥을 확인한 결과 미끈미끈하고 부패한 냄새가 나는 퇴적토가 검출됐다. 하지만 하류 쪽인 백제보 주변에서는 퇴적토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부는 물을 가둬두는 보의 성격상 유속이 느려져 일부 구간에 퇴적토가 쌓일 수 있지만 오염물질은 없으며 비가 내려 유량이 늘고 유속이 빨라지면 금세 씻겨 내려간다고 설명한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지난해에 수역별로 3차례에 걸쳐 퇴적물 성분을 조사한 결과 중금속이 전혀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에 못 미쳤으며 예년보다 퇴적토가 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 논란 3 가뭄-홍수 예방 ▼

③ 가뭄 홍수 예방 논란… “효과적” “효과 없다”


일부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이후 물 공급이 풍부하던 지역에 물 공급이 줄고, 주변 수역의 홍수도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가뭄, 홍수 예방 측면에서는 4대강 사업이 확실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장마전선의 북상이 늦어지면서 이달 들어 20일까지 금강수계의 강수량은 62mm로 1981∼2010년 같은 기간 평균의 절반에 못 미쳤지만 이 지역에서 농업용수 부족은 거의 없었다. 낙동강에서는 1999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물 부족으로 댐의 물이 21차례나 방류됐지만 4대강 사업 이후에는 방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012년에 16호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낙동강 주변인 산청군에 하루 340mm, 합천군에 295mm 등 큰비가 내렸지만 낙동강 수위는 4대강 사업 전보다 약 3.3m 낮았다.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한반도 기후가 점차 아열대화하면서 예전보다 가뭄이 심해졌고, 홍수 빈도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를 막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부여=김준일 jikim@donga.com

이종석 기자
#4대강 사업#큰빗이끼벌레#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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