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시민공원에 나무를 기증한 사람들이 공원을 둘러보며 산책을 하거나 쉬고 있다. 17일엔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문을 연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한국 근현대사의 상징적 장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도심에 이런 명품공원이 들어선 데 대해 부산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명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경마장과 임시 군속훈련소로, 광복 이후 주한미군 하얄리아부대 캠프로 사용되다 2010년 부산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부산 부산진구 양정, 연지, 범전동 일대가 ‘부산시민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음 달 1일 개장을 앞두고 나무를 기증한 헌수자들이 15일 첫 손님으로 시민공원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2시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울려 퍼지면서 초청방문자 5000여 명의 공원투어가 시작됐다. 54만3360m²의 직사각형 공원은 폭 3∼15m의 자연석과 콘크리트, 보도블록으로 이어졌다. 유모차와 장애인 휠체어를 이용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다. 길옆으로 늘어선 유채꽃 연산홍과 나무들도 아름다웠다. 공원 곳곳에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후박나무의 초록잎이 그늘을 만들어냈다. 6300여 명의 시민이 헌수한 97종 85만여 그루가 공원을 채웠다. 벚꽃나무로 꾸며진 산책로 미로정원 철쭉동산이 운치를 더했다.
공원 한가운데는 26m 높이 목재 조명타워 5개가 설치된 잔디광장이 넓게 들어섰다.
공원은 세계적인 조경전문가 제임스 코너의 기본 구상을 토대로 기억, 문화, 즐거움, 자연, 참여 등 5개 숲길을 주제로 부산의 미래 희망을 그려냈다.
공원 서쪽을 흐르는 2.5km의 부전천은 폭 20∼74m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났다. 하천 끝 부분에는 인공호수와 25m 높이의 랜드마크 폭포가 시원함을 더했다.
기억의 숲길에 위치한 역사관은 일제강점기 땐 마권판매소로, 미군 부대 주둔 시에는 장교클럽으로 쓰인 곳. 지상 1층 1061m²인 역사관은 6개 공간으로 나눠 당시 기록물을 그대로 보여준다. 천장에는 일제강점기의 욱일승천기와 하얄리아부대 마크 조형물이 보존돼 있다. 역사관 바깥 벽면에는 100년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재현됐다. 보도블록에 역사를 새긴 역사의 길, 기억의 기둥, 흔적 극장, 망루 등은 과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역사관 바로 옆에는 김성만 작가의 ‘미래를 여는 항해’ 조각품으로 꾸며진 타임캡슐공원이 들어서 부산의 미래가치를 조명한다.
옛 미군 하사관 숙소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및 판매시설인 ‘문화예술촌’으로 꾸며졌다. 사병 숙소였던 퀀셋막사는 ‘뽀로로 도서관’과 카페, 휴게실 등으로 변신했다.
강신형 씨(54·부산진구 부전동)는 “부산에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명물이 하나 생겨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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