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살인 용의자 범행 시인하고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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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독촉하는 죽마고우 살해 자책

“엄마 내가 ○○이를 죽였어. 미안해. 자살할게.”

조모 씨(39)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L아파트 지하주차장 2층에서 절친한 고향 후배 이모 씨(38)를 칼로 찔러 살해한 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조 씨는 어머니와의 통화 이후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했다.

조 씨는 4일 오전 7시 50분경 사건 현장에서 500여 m 떨어진 서초구 J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조 씨가 소주 2병을 마신 뒤 15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씨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A4 용지 크기의 유서 2장에는 이 씨를 살해했다는 자책과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와 이 씨는 어린 시절부터 전남 해남의 한동네에서 자란 사이였다. 집도 불과 300여 m 거리에 있어 어머니끼리 목욕탕을 같이 다닌 이웃사촌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죽마고우의 우정은 3, 4년 전 조 씨가 이 씨에게 8000여만 원을 빌린 이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씨는 조 씨의 부탁에 친척 돈까지 끌어다 빌려줬지만 최근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이자가 점점 쌓여 최근에는 빚이 1억여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광주에 있는 어머니 명의 오피스텔에 살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예식장에서 카메라 촬영 일을 하기도 했다. 조 씨도 직업이 없었다.

경찰은 이 씨가 돈이 급해지자 조 씨를 재촉했고, 이 과정에서 조 씨가 앙심을 품고 이 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의 유족에 따르면 이 씨는 최근 조 씨의 부모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이 씨와 조 씨를 L아파트까지 차로 데려다준 이모 씨(36)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근 이 씨가 조 씨에게 ‘한 번에 갚기 힘들면 나눠서라도 갚으라’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조동주 djc@donga.com·여인선 기자
#서초동 살인 사건#빚 독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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