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공공근로 가셔야죠” 자기 밭에서 노인 일시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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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면사무소 직원 구속

강원 정선군에 사는 김모 씨(72·여)는 2011년 3월경 마을 노인들과 함께 공공근로에 참여했다. 일당은 약 4만 원. 김 씨 등은 잡초 뽑기나 산불 감시 등 비교적 수월한 일에 투입됐다. 그러나 옥수수와 콩 파종기인 5월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김 씨 등은 수시로 밭에 가서 일을 해야 했다. 노인들은 뙤약볕 속에 밭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공공근로에서 잘릴까봐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밭은 공공근로 업무를 맡은 면사무소 기능직 공무원 이모 씨(52)가 지인으로부터 공짜로 빌린 땅이었다. 이 씨가 밭을 경작하는 데 공공근로 노인들을 멋대로 부려먹은 것.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2009년 18명, 2010년 9명, 2011년 7명의 공공근로자들을 매년 4개월가량 자신의 밭에서 일을 시킨 뒤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해 1650만 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씨가 중장비 업자들과 짜고 제설장비 사용료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3000여만 원을 챙긴 사건을 수사하다가 이 같은 비리를 적발했다.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씨를 직권남용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최근 구속했다.

정선=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직권남용#면사무소#공공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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