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줄잇는 기부 행렬… 더 따뜻해진 대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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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男 1억2400만원 익명 기부, 류중일 삼성 감독도 2억원 전달
아너소사이어티 작년 12명 늘어

지난해 12월 30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하고 싶으니 잠시 사무실 앞으로 내려와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매년 이맘때 대구공동모금회에 전화해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60대 남성이었다.

방성수 모금회 사무처장이 뛰어나갔다. 이 남성은 승용차 운전석에서 창문을 내린 후 편지봉투 한 장을 건네며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고 짧게 말했다. 봉투 속에는 1억2400만 원짜리 수표 1장이 들어있었다. 방 사무처장은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기부를 약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권유했지만 그는 ‘남몰래 선행을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2012년 1월에도 전화로 기부 상담을 한 후 모금회 사무실을 방문해 1억 원을 기탁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중구 삼덕동 한 식당에서 모금회 직원을 만나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달라”는 메모와 함께 1억2300여만 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지금까지 그가 익명으로 기부한 금액은 모두 3억4700만 원이다.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은 이 남성을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른다.

대구에 기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50)이 대구공동모금회에 2억 원을 기부하고 희망 나눔 캠페인에 동참했다. 류 감독은 프로야구 최초로 3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한 성과로 최근 삼성 구단과 계약금 6억 원, 연봉 5억 원 등 3년간 총 21억 원에 재계약했다. 계약 때 그는 2억 원을 대구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류 감독은 “삼성이 3년 연속 정상에 오르기까지 대구 시민과 팬들의 사랑이 큰 힘이 됐다. 이제 그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대구 지역 장애인복지시설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31일에는 달서구 월암동 공장자동화설비업체인 삼익THK 진영환 대표가 1억 원을 기부해 20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27일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19호 회원이 됐고 24일에는 달서구 대천동 섬유제조업체 삼우무역 주천수 대표가 18호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에서는 2013년에만 12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전체 회원은 총 2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까지 대구공동모금회의 개인 기부자는 2만6000명을 넘어섰다. 2012년보다 3000명이 증가해 1999년 모금회 설립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최근 희망 나눔 캠페인 모금액은 49억75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31일까지 목표치인 60억4000만 원을 조만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병원, 학원 등이 매출액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가게’도 500호점을 돌파했다. 달성청년회의소 회원들이 운영하는 가게 14곳은 지난해 12월 30일 착한가게 가입식을 열고 현판을 받았다. 골목 식당들이 참여하는 ‘착한골목’도 늘고 있다. 전국 1∼8호점이 모두 대구에서 배출됐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기부#대구공동모금회#아너소사이어티#류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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