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영암 주민들 “화를 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답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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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대회 존폐 갈림길 지역민 반응

“한국 F1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니…. 화를 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답답합니다.”

5일 전남 영암 지역민들의 반응은 허탈함 그 자체였다. 영암은 2010년부터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GP)가 개최됐던 곳. 한국 F1이 개최 4년째에 존폐의 기로에 놓이자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훈 영암군사회단체협의회장은 “F1대회를 계속 치르면 적자가 불어나고, 포기하면 공신력이 떨어진다니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지역민들의 상실감이 어떤 반응으로 나타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암읍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국희 씨(53)는 “F1대회를 치러도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여기에 F1 존폐 위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F1 경기장에 농지가 편입된 농민 등이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 했다.

영암을 비롯해 인근 목포시, 무안군, 신안군 등 전남 서부권역 4개 시군의 인구는 총 42만4000여 명. 전남도민 190만 명의 23%를 차지한다. 전남 서부권역 4개 시군은 마땅한 국가행사가 없다. 유일하게 치러진 게 F1대회다.

상인들은 지역 경기 위축을 우려했다. 목포상공회의소 송칠권 총무부장은 “서부권역이 특별한 국가시책사업이 없어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불황까지 겹쳤다”며 “F1 존폐 위기는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광주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광주전남에서 몇 개 되지 않는 국제 행사가 차질을 빚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목포경실련 장미 사무국장은 “2011년부터 F1대회에 대한 민관합동 점검을 요구했다”며 “앞으로 각종 국가시책 사업이나 대회 등 어떤 행사 진행을 결정할 때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수시민협 김태성 사무국장은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F1이 도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반대했지만 전남 서부권역은 F1, 전남 동부권역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 명분에 약해졌다”며 “이제는 전남 서부권역 지역민들의 허탈감을 달래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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