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보신탕… 잔인한 투견도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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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투견도박장에서 싸우고 있는 핏불테리어. 한 마리가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싸움을 시켰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불법 투견도박장에서 싸우고 있는 핏불테리어. 한 마리가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싸움을 시켰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맹견 ‘핏불테리어’를 싸움 붙이는 방식으로 1년간 6억 원 규모의 투견 도박을 일삼은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은 어느 한 마리가 죽거나 심하게 다칠 때까지 경기를 멈추지 않았다. 투견에서 승리한 개는 최고 3000만 원에 거래됐고 패한 개는 몇십만 원에 보신탕용으로 팔렸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도박 개장자 라모 씨(44) 등 9명을 형법상 도박개장 및 도박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견주 등 도박 개장 가담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도박 참가자와 일부 견주 등 11명은 약식 기소하고 도박 개장자이자 신OB동재파 조직원 이모 씨 등 8명은 지명수배했다.

핏불테리어는 미국 해병대의 마스코트로, 한번 상대를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근성으로 유명하다. 도박 개장자들은 주로 핏불테리어 인터넷 동호회나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을 은밀하게 끌어들였다.

견주는 투견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을 알고 전문적으로 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전문 조련사에게 맡겨 훈련까지 시켰다. 견주나 도박 참가자 중에는 중소기업 사장, 대형 증권사 부장, 전직 중학교 교사, 대형병원 병리사도 있었다.

단속을 피하려고 역할을 철저히 분담했다. 투견 도박을 개장하는 프로모터, 판돈을 관리하고 승패에 따라 나눠주는 수금원, 승패를 판단하는 심판과 보조하는 부심, 추가 베팅을 유인하는 매치, 견주, 주변을 감시하는 망꾼 등. 이들은 대부분 가명과 대포 휴대전화를 이용했다. 지역별 프로모터끼리 형성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기 강원 충청 일대 지역을 옮겨가며 도박장을 열었다. 장소는 개장 직전까지 수시로 바꿨고 참가자들에게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도주하기 쉽도록 야산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 5시까지 했다.

도박은 두 가지 형태였다. 프로모터가 복수의 견주를 모집해 수십∼수백 명의 참가자를 모집하는 ‘현장게임’과 견주로부터 투견 체중과 판돈 규모에 대한 조건을 받고 상대 견주를 물색한 뒤 소수의 참가자만 모집하는 ‘계약게임’이었다. 판돈의 10%는 개장자가 갖고 90%는 승리한 개의 주인이나 베팅한 참가자의 몫이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투견도박’ 관련 생생한 동영상과 함께 채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투견도박’ 관련 생생한 동영상과 함께 채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베팅은 현금만 가능했고 한 게임에 1인당 200만 원까지 했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면 메모지나 장부는 없애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약 1년간 28회에 걸쳐 벌어진 도박의 판돈은 총 6억2400만 원에 이른다.

게임은 평균 30분 정도로 한 마리가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검찰은 도박 개장자와 견주들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투견 도박 사범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적발된 건 처음이다. 제보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현장에 잠입해 사진과 동영상을 확보했다. 대포 휴대전화 수백 대의 통신 기록도 분석했다. 강력부 검사와 수사관들이 현장을 급습했지만 망꾼 때문에 놓친 뒤 다시 적발했다.

:: 핏불테리어 ::

영국의 불도그와 테리어를 교배해 만든 투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개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운동선수 같은 근육질의 몸매,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력과 강한 힘, 목표물에 대한 높은 집중력 때문에 오랫동안 투견으로 길러져 왔다. 하지만 주인에 대해서는 애교가 넘치고 보호 본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투견도박#핏불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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