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북]“과학벨트 수정안 누가 내놨나” 대전-충북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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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부의장 “대전시 제안”… 염홍철 대전시장 “사실무근” 반박
이시종 충북지사 “정부, 원안 지켜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수정안을 놓고 대전과 충북이 연일 시끄럽다. 대전에서는 과학벨트 수정안을 누가 먼저 내놨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에서는 연일 “원안을 사수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수정안 누가 먼저 제시했나?


박병석 국회부의장(대전 서갑)이 과학벨트 수정안은 대전시가 먼저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가 뒤늦게 경위를 설명하는 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때 이를 해소해 시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사람이 오히려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부의장은 1일 기자간담회와 4일 최고위원회에서 “과학벨트 수정안은 대전시에서 먼저 제안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과학벨트 수정안은 당초 대전 둔곡 신동지구에 입주하기로 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엑스포과학공원에 설치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미래부가 이 안을 대전시에 제안하면서 수용 여부가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대전시는 조건부 수용을,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은 원안 사수를 고수하며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일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쟁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이런 와중에 박 부의장이 느닷없이 “과학벨트 수정안은 미래부가 아니라 대전시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고, 시민사회단체가 잇단 성명을 내면서 수세에 밀린 대전시를 더욱 코너로 몰았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나서 “대전시는 먼저 제안한 바 없다”라고 했지만 박 부의장은 “(대전시가 제안한 것은) 100%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이상목 미래부 제1차관이 박 부의장에게 보낸 문서가 등장했다. 박 부의장 측이 공개한 이 문서에는 이 차관이 6월 19일 과학벨트 수정안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의 엑스포과학공원 입지를 대전시가 제안한 것처럼 잘못 보고했다는 것. 박 부의장 측은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번에는 이 차관이 대전시가 먼저 제안한 듯한 발언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미래부가 잘못 보고한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지역에서는 박 부의장이 설령 이 같은 취지의 보고를 받았어도 대전시에 한 번만이라도 확인했다면 지역이 큰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역 내 갈등을 심화하고 혼란을 초래한 박 부의장은 시민 앞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는 9일 “앞으로 과학벨트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 달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 원안 사수 놓고 충북 정치권 등 공방

충북도는 과학벨트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3일 성명서를 통해 “과학벨트 조성 계획은 충청권 4개 시도의 합의를 통해 탄생한 것”이라며 “거점지구 계획변경 등 과학벨트를 변경하는 사안은 충청권의 사전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과학벨트 원안 추진 촉구와 거점지구 및 기능지구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4개 시도 협의를 제안했다. 그는 “정부에 막연하게 기능지구 활성화 방안을 요구할 게 아니라 충북이 먼저 무엇을 요구할지를 찾아 정부에 거꾸로 요구해야 한다”며 관련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충북발전연구원, 충북테크노파크 등과 회의해 ‘과학벨트 기능지구 개발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역 정치권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8일 열린 도당 출범식에서 ‘과학벨트 원안 사수 결의문’을 통해 “미래부와 대전시의 야합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충북도민과 함께 과학벨트를 껍데기로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야당과 일부 단체가 말하는 ‘기능지구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정부가 기능지구 보완책을 준비 중이고, 과학벨트 조성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과학벨트 성공과 충청권 발전을 위해 상호협조가 우선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기진·장기우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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