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더미서 겨우 탈출… 부서진 날개 틈새로 몸 던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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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 착륙 사고]귀국 승객 11명이 말하는 사고순간

“비행기가 착륙하는데 심하게 흔들렸어요. 잠시 후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몸이 위아래로 출렁거렸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의자가 다 무너져 내린 거예요. 저와 사촌동생은 다리가 깔렸는데 낑낑대며 겨우 다리를 뺐죠.”

○ “2차 충격에 안전벨트 풀려”

사고 당시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보잉 777 여객기에 탔던 김지은 씨(22·여·대학 2년생)는 여객기가 활주로에 충돌했던 7일 오전 3시 27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몸서리를 쳤다. 사고기에 탔던 한국인 승객 77명 중 11명은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한 2134편 보잉 772 특별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출발해 8일 오후 3시 반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여객기가 활주로에 충돌하면서 안전벨트가 풀리고 몸이 튕겨 나갈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결혼 1주년을 맞아 7박 9일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찾았다가 사고를 당한 최민정 씨(28·여) 부부는 “착륙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온 뒤 고도는 낮아졌는데 비행기에 갑자기 속도가 붙는 듯하더니 큰 충돌음이 들렸다”고 기억했다. 비행기가 착륙을 앞두고 다시 이륙을 시도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최 씨는 “사고 당시 비즈니스석 바로 뒤편 일반석 가운데 열에 앉아 있었는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2번의 충격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최 씨의 남편 전상기 씨는 “처음 충격을 느꼈을 때 좌석 오른쪽 창문 밖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두 번째 충격이 있은 뒤에는 안전벨트가 벗겨지며 몸이 복도 쪽으로 튕겨 나갔다”고 전했다.

일반석 앞쪽에 탑승했다가 사고가 나자 처음으로 탈출했다는 황지원 씨(29·여) 부부도 “착륙하기 전 비행기가 덜컹거려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한쪽으로 기체가 기운 것 같았다”며 “사고 당시 충격으로 안전벨트가 풀려 튕겨 나간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두 자녀와 함께 가족 여행을 위해 탑승했다가 사고를 당한 한 40대 여성은 “사고 당시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비행기 뒤쪽에 앉은 승객들이 많이 다친 것 같다”고 했다.

○ “끊어진 날개로 몸 던져 탈출”

승객 대부분은 사고기가 멈춘 직후 왼쪽 비상구로 펼쳐진 비상탈출용 슬라이드를 따라 내려왔다. 황지원 씨는 “비행기가 멈추자 승무원들이 비상탈출을 유도해 그에 따라 슬라이드를 타고 활주로 밖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하게 파손된 여객기 오른쪽 비상구로 대피한 일부 승객은 슬라이드를 이용할 수 없어 몸체와 끊어진 날개로 몸을 던져야 했다. 김지은 씨는 승무원들이 “빨리 뛰라”고 하는 소리에 무너진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비행기 날개가 몸체와 떨어진 부분으로 몸을 던졌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학교 1학년생 김모 씨(20·여)도 입구 근처에 앉아있었지만 비상탈출용 슬라이드가 펼쳐지지 않아 부러진 날개 조각을 밟고 내려왔다. 무사히 나온 뒤에야 금이 간 코뼈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사선(死線)을 넘어 다시 조국으로 돌아온 이들 11명은 대부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충돌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이 컸던 듯 얼굴 표정은 어두웠다. 한 50대 여성 승객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눈물을 흘리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채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코와 허리 등을 다친 여성 승객 2명은 휠체어를 타고 트랩에서 내려 입국장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를 타고 이대 목동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캘리포니아 주 소재 대학에서 열리는 짧은 연수에 참가하기 위해 사고기에 탑승했던 서울대 교직원 한길수(57), 강신백 씨(39)에게는 충돌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한 씨는 복통을 호소했고 강 씨는 왼쪽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이날 인천공항 1층 입국장에서 탑승자 11명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은 아시아나항공 측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승객 김모 씨의 아버지(53)는 “아시아나항공이 사고를 당한 탑승객의 가족들에게 건강 상태는 물론 비행기 도착 시간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샌프란시스코=신석호 특파원·인천=황금천 기자·

김성모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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