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악성 고객에 대한 ‘감정노동’ 때문에 우울증이 발생한 근로자에 대해 처음으로 회사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8단독 이예슬 판사는 모 이동통신사의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직원 A 씨(32)가 “고객의 행동으로 회사와 마찰을 빚다 퇴직한 뒤 우울증이 생겼고 이로 인해 재취업도 불가능하게 됐다”며 회사 측을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2007년부터 고객센터에서 방문 고객 상담 업무를 해 온 A 씨는 지난해 3월 휴대전화를 분실한 뒤 임대전화를 받으러 온 B 씨에게 임대전화 사용법과 개통 이후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러나 이후 B 씨의 동생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부으며 “임대전화 사용법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항의했고 사이버 상담실을 통해 불만도 표시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B 씨에게 사과한 뒤 A 씨를 징계했다. A 씨는 ‘정신적 압박의 고통과 충격으로 퇴직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퇴사 후 심해진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떠넘겨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피고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행위가 A 씨의 우울증을 발병하게 하거나 적어도 우울증을 악화시켰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고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끝까지 항의하거나 본사에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측이 배상해야 할 치료비와 위자료를 730만 원으로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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