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부강간 공개변론’ 뜨거운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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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문제를 형벌로 규제해선 안돼” “아내도 성적 자기결정권 가진 여성”

“부부간 강제 성관계를 처벌하면 법이 지나치게 가정사에 개입해 오히려 회복 가능성이 있는 부부관계를 망치지 않을까요?”(이상훈 대법관)

“법으로 처벌할지, 보호조치로 갈지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며 원칙적으로 아내를 강간죄의 대상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김혜정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부부간 강제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를 두고 공개변론이 열렸다. 피고인은 흉기로 아내를 위협해 3차례 강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강모 씨(45).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13명의 대법관은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검사 측과 “처벌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변호인 측을 상대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공개변론은 1시간 반 동안 진행됐지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사건인 만큼 TV나 인터넷으로 중계방송은 하지 않았다.

검찰 측 대표로 나선 이건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婦女)여서 아내를 제외할 이유가 없고, 민법상 ‘부부의 동거의무’에도 폭력을 동반한 강간까지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혼인 관계를 이유로 아내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한다면 국가와 사회가 개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정 교수도 “강간죄가 보호하려는 법률적 이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는 것”이라며 “아내는 혼인관계의 상대방이기 이전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는 한 사람의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강 씨의 변호인인 신용석 변호사는 “사회 통념상 ‘동물’이라는 말 속에 사람이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부녀’에 아내를 포함시키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고 맞섰다. 그는 “부부간 강간을 처벌하려면 새로운 사회적 합의에 의해 새 법률 조항을 만들어 처벌해야 하며 기존 법률을 다르게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용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009년 부부강간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편이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부부간 문제를 반드시 형벌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 교육이나 치료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향후 수차례 재판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눈 뒤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부부강간#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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