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전화 위치추적 1만4946건중 31건만 인명구조로 이어져

  • 동아일보

충남 소방당국 최근3년 분석
허위-과장 많아 업무 지장… 남편 빙자해 내연녀 추적도

지난달 16일 오후 2시경 충남소방안전본부에 전화가 걸려왔다. 50대 남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아내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요구했다. “우울증과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아내가 이틀 전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사고가 난 것 같아요.”

소방본부는 긴급히 위치추적을 벌였다. 하지만 위치추적 사실을 알게 된 조회 상대방 A 씨는 “위치정보를 의뢰한 사람은 남편이 아니다”라며 위치를 알려주지 말 것을 요청해 왔다.

소방당국이 위치추적을 하면 추적 대상자의 휴대전화에 ‘소방관서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고객님의 위치정보를 확인했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

소방본부는 위치추적을 요청한 양모 씨(50)가 내연녀의 행방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양 씨에게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다. 휴대전화 위치정보 조회서비스는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본인과 배우자, 2촌 이내의 친족 또는 법정 후견인만이 긴급구조를 목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 허위로 요청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양 씨처럼 긴급구조 목적이 아닌데도 위치추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소방당국이 긴급출동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충남소방안전본부가 2010∼2012년 3년간 위치정보 조회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2010년 3619건, 2011년 4602건, 2012년 6725건으로 해마다 신고 접수가 늘고 있다. 이 가운데 31건만이 실제 인명구조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신고는 물론이고 과장된 신고도 적지 않다. 가출한 딸을 찾으려고 성폭행 위험에 놓인 것처럼 부풀리기도 한다. 딸의 위치가 확인돼 경찰 출동을 요청해 주겠다고 하면 “그냥 두세요”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소방 당국은 위치추적 대상이 아니라고 조회를 해주지 않았다가 실제 조회 대상자가 변을 당한 경우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충남소방본부 김현묵 종합방재센터장은 “일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폰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휴대전화는 위치추적을 해도 가까운 기지국 위치 정도만 알 수 있어 실제로 찾아내려면 엄청난 수색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며 “허위 및 과장 위치정보 조회 의뢰로 소방 당국이 정작 화재나 응급상황 대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한 요청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화#위치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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