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서울국제마라톤]‘달리는 日 공무원’ 6주만에 또 기록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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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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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8분14초로 4위 가와우치
작년 시드니 올 2월 벳푸 우승 “8월 모스크바서 또 뜁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선수 대기실에 온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을 앉아 있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2시간 7분대가 목표였는데 이루지 못했다. 너무 아쉽고 분하다.”

잠시 뒤 경기장으로 나온 그는 비로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기록한 2시간8분14초는 자신의 최고 성적이었다.

4위를 차지한 가와우치 유키(26·사진)는 일본에서 ‘사상 최강의 시민 러너’로 불린다. 직업 선수가 아닌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육상을 시작한 그는 중고교 시절에도 선수로 활동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런 그를 선수로 받아줄 대학은 없었다. 공부로 대학에 진학한 그는 “나를 뽑지 않은 사람들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 후 실력이 크게 늘어 실업팀의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고교 졸업 직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이라 장남으로서 책임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마라톤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중앙 및 지방공무원 시험에 모두 합격하고도 지방을 선택했다. 중앙공무원은 전근이 잦아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대학 졸업 후 지금의 직장인 사이타마 현 고등학교로 발령받은 그는 업무 시간을 피해 혼자 훈련하며 기록을 줄여 나갔다. 확고한 의지와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와우치는 2011년 2월 도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37초로 전체 3위, 일본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일본 육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일약 국가대표로 발탁돼 그해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했지만 2시간16분11초로 18위에 그쳤다. 그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를 실감한 대회”라고 말했다.

심기일전한 그는 지난해 시드니대회 1위에 이어 올 2월 3일 열린 벳푸대회에서 2시간8분15초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우승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토너로 우뚝 섰다. 그리고 6주 만에 다시 자신의 기록을 1초 앞당겼다.

가와우치는 “코스가 좋았고 시민들의 응원도 인상적이었다. 골드라벨 대회다웠다. 30km 지점에서 무리한 탓에 35km 지점에서 추가 스퍼트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 많이 배웠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찾았다”고 말했다.

가와우치의 당면 목표는 8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위 안에 드는 것. 직업 선수가 되면 성적이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머뭇거림 없이 고개를 저었다.

“하루 종일 훈련을 한다고 기록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일하면서 뛰는 게 내게 맞다. 나는 내 스타일을 믿는다.”

◇특별취재반

▽스포츠부
안영식 부장, 이현두 이원홍 양종구 이승건 차장, 이헌재 이종석 김동욱 황규인 박민우 정윤철 기자

▽사회부
차지완 차장, 최예나 주애진 김수연 곽도영 권오혁 김성모 김호경 이철호 최지연 기자

▽사진부
이종승 김경제 부장, 김동주 이훈구 신원건 차장, 박영대 장승윤 홍진환 김재명 기자

▽스포츠동아
전영희 박화용 기자

▽채널A
정지원 부장, 권용훈 김준구 차장, 장치혁 윤승옥 기자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마라톤#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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