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홍준표 군(13)의 꿈은 프로축구선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길 소망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손흥민 선수(21·함부르크 SV)가 있는 리그이기 때문이다. 홍 군은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 생활을 접고 강원 춘천으로 왔다. ‘(재)AFA청소년재단’의 선발 테스트에 합격한 뒤 가족 모두 춘천행을 택했다. 홍 군은 매일 오후 춘천 공지천 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손흥민이 축구를 배운 바로 그곳이다. AFA 총감독은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인 손웅정 씨(51). 홍 군은 손 선수의 아버지에게서 축구를 배우며 손흥민처럼 스타가 되기를 꿈꾼다. ○ 축구 꿈나무들, 해외 무대를 꿈꾸다
1일 오후 3시경 공지천 인조 잔디구장. 구장을 가득 메운 초중고교생들이 축구 연습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모두 AFA청소년재단 소속으로 총 68명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간가량 집중 연습을 한다. 조용하게 연습이 이뤄지던 구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선수 선발 테스트를 위해 자리를 비웠던 손 감독이 돌아온 것.
손 감독은 연습 시간 내내 선수들과 함께 뛰며 호흡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실수가 잇따르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벤치에서 수십 명의 학부모가 연습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 감독은 “선수들의 잘못된 점을 계속 상기시켜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많이 다듬어야 할 선수들이지만 몇 년 후 큰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습은 거의 매일 반복된다. 손 감독은 기본기를 가장 중요시한다. 볼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다루기)과 드리블 러닝 등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 슈팅과 헤딩 연습에 이어 미니게임이 이어진다. 연습은 2시간 남짓이지만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가 세다. 해외 무대 활약이 꿈인 초등 6학년 이정용 군(12)은 경기 안산시에서 살다 2011년 춘천으로 왔다. 같은 또래 친구들이 방과 후 학원에서 책과 씨름할 때 그는 축구 연습에 몰두한다고 했다. “축구는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해요. 그러다 보니 힘들지는 않아요. 흥민이 형처럼 꼭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축구 아카데미 설립 꿈 착착
지난해 만들어진 AFA청소년재단의 모태는 손흥민을 배출한 ‘춘천FC 유소년클럽’이다. 좀 더 체계적인 유소년 선수 양성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손 감독과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재단을 탄생시켰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했다. 손 감독의 지도 방식과 AFA 성공 가능성을 믿고 전국에서 지원한 700여 명 가운데 테스트를 통해 60여 명을 선발했다. 선수 가족까지 춘천으로 이주해 이 지역 인구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AFA는 춘천시 신북읍 옛 강원도종축장 터에 7면의 축구장과 대안학교, 기숙사, 체육관, 스포츠재활센터 등을 갖춘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 국내 최고의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강원도 소유의 터 임대 문제가 최근 해결되면서 인허가 절차를 거쳐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0억 원의 설립 자금은 전문 투자 기관을 통해 조달한다.
2015년 이후 AFA가 완공되면 선수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공부와 축구를 한곳에서 할 수 있다. 선수 규모도 1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AFA는 경비 가운데 축구 교육에 관한 비용은 무료로 운영할 방침이다. 국내 및 해외 구단과 기업 후원금, 해외 진출 선수들의 기부 등으로 충당한다. 현재 소속 선수들도 축구를 배우는 데 내는 비용은 없다. 축구공과 운동복 등 개인 장비만 스스로 준비하면 된다.
운동장 임대료와 코치 임금 등 운영비는 월 4000만 원 정도. 현재까지는 손흥민의 기부금과 기업 후원금으로 감당하고 있다. 황승용 AFA청소년재단 이사장은 “교육비를 무료로 하다 보니 운영이 힘들기는 하지만 AFA를 통해 축구에서만큼은 개천에서도 용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AFA 시설이 빨리 세워져 선수들이 좋은 여건에서 생활하며 꿈을 이룰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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