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간이역의 추억에 茶향기가 스며들고…

  • 동아일보

나주시 남평역 대합실, ‘티월드 갤러리’로 변신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중 하나인 전남 나주시 남평역(왼쪽 사진). ‘무정차 간이역’인 남평역 대합실이 차 향기 그윽한 ‘티월드 갤러리’로 변신했다. 신천운 씨 제공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중 하나인 전남 나주시 남평역(왼쪽 사진). ‘무정차 간이역’인 남평역 대합실이 차 향기 그윽한 ‘티월드 갤러리’로 변신했다. 신천운 씨 제공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중략)/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

전남 나주시 남평역은 곽재구 시인의 시 ‘사평역에서’의 배경 역으로 유명하다. 역 광장에는 100년 된 벚꽃이 있고 아름드리나무가 역사(驛舍)를 감싸고 있다. 대합실에서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장미넝쿨이 우거져 있고 기다란 차양 지붕은 50년 넘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많아 사진작가나 문학기행팀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남평역은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과 광주 송정역을 잇는 경전선(300.6km) 51개 역 가운데 하나다. 1930년 12월 25일 영업을 시작해 1950년 불에 탄 뒤 1956년에 신축했다. 서민의 애환과 간이역의 분위기가 살아 숨쉬는 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2006년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299호)으로 지정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승객과 화물이 넘쳐나는 역이었지만 도로교통이 발달하면서 이용객이 크게 줄어 7월부터는 열차가 서지 않고 역무원이 없는 ‘무인(無人) 간이역’이 됐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중 하나인 남평역이 그윽한 차 향기가 넘치는 갤러리로 변신했다. 12평 규모의 대합실이 ‘차(Train)와 차(Tea)’가 만나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코레일 광주본부는 최근 남평역에서 ‘티월드 갤러리’ 개관식을 가졌다.

갤러리에는 국제다구디자인공모전에 선보였던 다기(茶器) 44점이 전시돼 있다. 신천운 티월드페스티벌 대표(62)가 꾸민 갤러리에서는 녹차와 홍차 등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다. 남평이 고향인 신 대표는 “시 ‘사평역에서’의 첫 구절처럼 ‘기차는 좀처럼 오지 않지만’ 간이역의 참맛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갤러리에 그림을 걸어 놓고 폐열차를 임대해 다구전문전시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061-331-7788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남평역#사평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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