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TEAM, 21세기형 인재를 키우다]<하>“오감으로 관찰하니 상상력도 UP”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과학 수학 미술 융합된 STEAM 수업

11일 서울 석계초 6학년 창의과학 시간에 진행된 STEAM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 음식물을 오감으로 관찰한 뒤 자신의 느낌을 ‘점’(스티로폼)과 ‘선’(이쑤시개)으로 표현하고 있다.
11일 서울 석계초 6학년 창의과학 시간에 진행된 STEAM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 음식물을 오감으로 관찰한 뒤 자신의 느낌을 ‘점’(스티로폼)과 ‘선’(이쑤시개)으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과학적 지식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가 주목받고 있다. 시대적 요구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 기술, 예술 등을 융합한 교육인 이른바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교육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STEAM 교육을 어떻게 적용함으로써 상상력과 예술적 감성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까? 11일 STEAM 교육이 이루어지는 서울 석계초 6학년 5반 창의과학 수업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석계초 창의과학 시간. 학생들 책상 위에는 과학책도 필통도 공책도 없다. 대신 조별 테이블별로 딸기, 아이스크림, 귤, 빵, 과자, 초콜릿과 함께 플라스틱 칼, 돋보기 등이 놓여 있다.

학생들은 음식을 잘라보고, 잘린 단면과 표면을 돋보기로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먹어보고, 냄새를 맡고 혹시 소리가 들리는지 귀도 갖다대어 본다. 학생들은 도대체 뭘 배우고 있을까?

○ 오감으로 관찰하고 점과 선으로 표현한다

이날 창의과학 수업시간의 학습목표는 ‘몬드리안의 추상기법을 이용하여 자신이 오감으로 관찰한 음식물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몬드리안은 수평선과 수직선 등을 활용한 추상화로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

학생들은 먼저 창의과학 수업 담당인 이혜원 교사의 지시에 따라 음식물을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관찰했다. 관찰이 끝난 후 학생들은 자신이 관찰한 음식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었다.

“빵을 눈으로 관찰하니 얼굴에 있는 모공처럼 구멍이 있었어요.”

“귤을 플라스틱 칼로 잘라봤는데 귤 알갱이가 배열된 모양이 꼭 긴 머리를 땋아놓은 것처럼 보였어요.”

“식빵은 부위별로 냄새가 달라요. 희고 부드러운 부분에서는 고소한 빵 냄새가 많이 나지만 딱딱한 끝부분에서는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아요.”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만져보니 미끌미끌한 버터 같아요.”

학생들이 충분히 음식을 관찰하고 자유롭게 자기의 생각을 나누고 나자 작품으로 ‘표현’할 시간이 되었다. 재료는 이쑤시개와 구슬 모양의 동그란 스티로폼.

이혜원 교사는 “음식물을 관찰하면서 자기가 느낀 것을 ‘점’(스티로폼)과 ‘선’(이쑤시개)을 활용해 자유롭게 표현해보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은 둘씩 짝을 짓거나 혼자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같은 음식을 관찰했어도 학생들의 상상력을 통해 저마다 다른 작품이 탄생했다.

주승현 군(12)은 자신이 관찰한 아이스크림의 ‘부드럽고 녹아서 거품과 함께 흘러내리는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어떤 학생들은 딸기의 단면을, 또 다른 학생은 귤의 울퉁불퉁한 표면을 표현했다.

이혜원 교사는 “여러분이 보고 느낀 것에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과학(관찰), 수학(점과 선), 미술(추상기법)이 융합된 STEAM 수업이었다.

STEAM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정민지 양(12)은 “직접 (사물을) 오감으로 관찰하니 작품을 만드는데 더 큰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연지 양(12)은 “평소에 딸기를 먹으면서도 이렇게 자세히 관찰한 적은 없었는데, 오감을 통해 관찰하니 딸기가 새롭게 느껴졌다”면서 “책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면 무언가를 경험할 수도 없고 지루하기도 한데 이렇게 직접 관찰하고 만드니 재미있고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STEAM 교육을 진행해온 이혜원 교사는 “STEAM 교육을 하면서 과학시간에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고 질문이 많아지는 등 학생들의 참여가 늘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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