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내년 누리과정 확대… 영어유치원 인기 주춤?

  • 동아일보

영어유치원 인기, 시들해지나


조기 영어교육 열풍을 이끈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의 인기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교육소비력이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경기 평촌지역에선 영어유치원 세 곳 중 한 곳이 일반 유치원으로의 전환을 요즘 준비하고 있고 나머지 두 곳은 규모를 줄여 하나의 영어유치원으로 통합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성업했던 영어유치원 두 곳도 최근 통합해 한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온라인부동산사이트에는 경기 용인,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서 영어유치원 매물이 계속 올라오는 상황. 한 학원전문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서울 강남과 목동 지역 영어유치원 중 적잖은 곳의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10∼20% 감소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사교육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뿐 아니라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시각이 변화하는 추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 정부가 영유아 교육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누리과정’의 적용대상이 기존 만 5세 유아에서 만 3, 4세 영아까지 확대되는 점도 변수라는 게 유아교육계의 분석.

이에 따라 누리과정에 아이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된 일부 영어유치원은 누리과정 정부지원금과 같은 액수인 22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며 학원 홍보에 나섰다.

○ 등록금 차이 100만 원까지도

수도권 영어유치원의 한 달 등록금은 100만∼150만 원선. 더 높게는 200만 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반면 일반 유치원의 등록금은 30만∼50만 원선으로 그 차이가 최대 100만 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내년부터 만 3, 4세 영유아에게까지 월 22만 원씩 정부지원금이 지급되면 학부모가 부담하는 등록금 차이는 더 커진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반면 누리과정 수혜대상인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상당수 학원장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이들은 누리과정 확대가 영어유치원에 미칠 악영향을 3년 전부터 걱정해왔다고 말한다.

서울 목동에서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는 한 학원장은 “최근 경기 평촌에서 영어유치원 두 곳이 통합한 것도 수익 악화 때문인 것으로 안다. 임대료, 인건비 등 학원 운영비는 계속해서 오르는 반면 학생 수는 줄기 때문”이라면서 “목동지역 영어유치원에도 당장 수요의 변화가 얼마나 있을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일단 내년 등록금을 동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평촌에서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는 한 학원장은 “내년에 누리과정이 확대 시행되면 학원생 수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일반 유치원으로 이탈하는 학부모를 잡으려면 유아 때부터 영어 실력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영어유치원의 경쟁력을 학부모에게 최대한 어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 조기 영어교육, 영어유치원 아닌 다른 방법으로

영어유치원이 침체된다고 하여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 자체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규 유치원교육과 영어학습을 분리해 생각하는 학부모의 시각이 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서울 강남에서 한 사립 유치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자녀가 다닐 유치원을 학부모가 선택할 때 비용부담이 가장 중요한 변수는 아니다”면서 “최근 상담한 학부모 중에는 자녀를 정부 지원을 받아 일반 유치원에 보내면서 남은 이익을 활용해 별도 영어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학부모도 꽤 있다”고 전했다.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낼 만한 경제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자녀를 일반 유치원에 보내려는 학부모 중에는 기존 영어유치원의 영어교육 방식에 회의적인 이들도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유진 씨(36)는 얼마 전 영어유치원에 다니던 6세 딸을 일반 유치원인 구립어린이집에 보냈다.

김 씨는 “딸이 영어유치원을 다니면서 영어 능력 향상과 과도한 양의 숙제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인지 집에 와서 스스로 공부나 놀이를 하는 모습이 사라졌다”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기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일반 어린이집으로 딸과 3세 아들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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