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기금 전세대출 심사 건성건성… 21차례 25억 빼가도 까맣게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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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대출 일당 26명 적발

집 없는 서민들의 전세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국민주택기금’ 수십억 원을 가로챈 사기꾼 일당 26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21차례에 걸쳐 25억5000만 원이나 대출받았는데도 기금을 관리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시중 은행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단 총책 양모 씨(53)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모집책 남모 씨(42·여) 등 2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 씨 일당은 ‘허위로 대출금을 타내 나눠 주겠다’며 대출책을 모집한 뒤 자신들이 세운 유령회사 6곳에 근무하는 것처럼 가짜 재직증명서를 꾸몄다. 전세계약서는 물론 등기부등본도 허위로 만들어 5개 은행 29개 지점에서 돈을 대출받아 가로챘다. 이 돈은 유흥비와 개인 사업자금 등으로 탕진했다.

이들이 대출받기까지 제약은 없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은행 모두 허위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최소한의 현장 실사조차 하지 않는 등 전세자금 대출심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금융사기가 벌어져도 피해액의 90%를 정부가 보전해주고 은행과 공사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대출 건은 연 2∼4%의 이자만 내면 연체가 되지 않아 이들 일당은 약간의 이자를 내면서 추가 범행을 모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공범 6명을 추적하는 한편 대출과정에서 은행 관계자들이 직무를 위반하거나 공모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전세대출#사기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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