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사채 갚았다는 48억중 17억 친인척 계좌 유입

  • 동아일보

여수 공무원 76억 횡령 수사… 빚독촉 사채업자 영장 청구

전남 여수 8급 공무원 부부의 공금 76억 원 횡령사건으로 지역사회가 뒤숭숭하다. 2010년 오현섭 전 여수시장 비리사건 이후 공금 횡령사건까지 터져 ‘지역 망신을 시키고 있다’며 허탈해한다. 시민들은 ‘개인탐욕, 사채폭력, 허술한 감사’가 빚어낸 공금 횡령사건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빼돌린 공금의 일부라도 회수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공금 횡령 한몫 사채업자 영장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31일 공금 76억 원을 횡령한 김모 씨(47·여수시 기능8급) 부부에게 “사채를 갚으라”며 협박을 일삼고 높은 이자를 받은 사채업자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 씨는 2007년경 김 씨의 아내(40)에게 사채 수억 원을 빌려주고 서너 배에 달하는 고리를 챙기고 협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협박에 김 씨의 아내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김 씨의 아내는 2000년대 중반 여수 시내에서 옷가게를 하다 A 씨에게 가게 운영자금으로 사채를 처음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7년경 A 씨 등에게 8억 원을 빌려 사채놀이를 했다. 사채를 빌려 사채놀이를 하는 탐욕을 부린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채무자들이 도망가자 빌린 원금마저 날려버렸다. 결국 사채업자에게 빌린 8억 원이 2년여 만에 31억 원으로 불어났다.

○ 사채 수사로 자금 흐름 파악

검찰은 빼돌린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채업자들이 공금 횡령사건에 개입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채업자들이 공금 횡령 사실을 알았거나 은연중에 김 씨 부부에게 범행을 하도록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 부부는 2009년 7월경 공금에 손을 대 3년 3개월간 76억 원을 빼돌려 48억 원(63%)을 사채 변제에 썼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씨의 친인척 1명이 사채놀이를 했다는 의혹을 밝혀낼 방침이다. 사채 변제 48억 원 중 17억 원이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입금돼 흘러갔기 때문이다. 사채 변제에 쓰인 공금은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친인척 아파트나 차량 구입에 쓰인 공금 4억9000만 원 회수에도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

○ 허술한 관리 체계 보완

여수시는 회계 공무원의 비리를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겸직 금지를 권고했던 재무회계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76억 원을 횡령한 김 씨는 세입 세출 외 현금, 즉 일시 보관금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김 씨는 현금 결제와 출납 업무를 함께 담당했다. 겸직 금지 권고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2년마다 순환근무해야 하는 규칙도 지키지 않았다.

김 씨는 일부러 지방재정관리 시스템(e호조)을 쓰지 않고 손으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무력화시켰다. 관리 감독 소홀과 시스템 미비도 사건을 부추겼다. 최근 5억여 원의 공금 횡령사건이 일어난 전남 완도군도 상황은 비슷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그동안 손으로 하는 회계업무를 다음 달부터 전산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수 공무원 횡령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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